세계 최대 암호화폐거래소 바이낸스가 한국어 서비스를 단계적으로 중단하고 있는 것으로 10일 알려졌다. 한국인을 상대로 영업하려면 신고하라는 국내 금융당국의 요구를 피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바이낸스는 홈페이지의 언어 설정에서 한국어를 없앴다. 스마트폰 앱에는 한국어 서비스가 남아 있지만 조만간 정리할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바이낸스에서는 국내 거래소에서 불가능한 고위험 거래를 할 수 있어 한국인도 상당수 쓴다. 2분기 바이낸스 앱의 국내 월간 이용자 수(MAU)는 40만 명 안팎을 기록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한국인을 대상으로 영업한다고 판단되는 해외 암호화폐거래소 27곳에 서한을 보내 “특정금융정보법에 따라 9월 24일까지 사업자 신고를 하라”고 했다. 신고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업체는 접속 차단, 형사고발 등으로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바이낸스는 한때 한국지사(바이낸스KR)를 세우고 국내에 진출했지만 올초 폐업했기 때문에 신고 절차를 밟을 가능성은 작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다만 한국에서의 접속은 막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국경 없이 거래되는 코인 시장을 규제하는 게 쉽지 않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했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공개한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4대 암호화폐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의 실명계좌 예치금은 지난해 말 1조7500억원에서 올 3월 말 5조9100억원, 6월 말 7조800억원으로 집계됐다. 코인 광풍이 절정에 달했던 5월(8조7800억원)과 비교하면 다소 줄었지만, 1년 전(8900억원)보다 8배가량 많은 자금이 코인시장으로 들어온 것이다.

은행들이 4대 거래소에 터준 실명 확인 계좌 수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말 133만6425개에서 올 3월 말 379만6953개, 6월 말 676만8078개로 불어났다. 케이뱅크는 업비트, 농협은행은 빗썸과 코인원, 신한은행은 코빗과 제휴를 맺고 있다. 윤 의원은 “최근 비트코인 가격이 다시 오름세를 보이는 등 코인 열풍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이용자 보호 확대, 상장 과정 투명화 등 시장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제도 설계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