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사업에 참여한 삼성전자가 스마트워치인 ‘갤럭시워치’에 디지털원화를 담아 쓰는 모의 시험에 나설 계획이다. CBDC가 본격 도입되면 갤럭시 스마트폰은 물론 갤럭시워치를 통해서도 결제·송금할 길이 열릴 전망이다.

9일 한은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한은의 CBDC 모의시험 연구 용역사업자로 선정된 카카오·삼성전자 컨소시엄이 스마트워치에 CBDC를 담는 실험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CBDC는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전자적 형태의 화폐다.

삼성전자는 이번 모의시험에서 CBDC를 갤럭시 스마트폰은 물론 갤럭시워치의 전자지갑에 담기는지 여부를 시험할 계획이다. 갤럭시워치 전자지갑에 담긴 CBDC의 송금·결제도 점검한다.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는 오프라인 상태에서 갤럭시워치를 통해 CBDC 결제가 가능하도록 하는 실험도 추진할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 갤럭시워치로는 삼성의 간편결제 서비스인 ‘삼성페이’를 사용할 수 없다. 하지만 한은의 CBDC 도입이 현실화하면 국내에서도 갤럭시워치를 통한 ‘손목 결제’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지갑은 물론 카드나 스마트폰 없이 갤럭시워치만 차고 있으면 언제든 송금과 결제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중국은 지난해부터 스마트워치를 통해 디지털화폐인 ‘디지털위안’ 결제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관련 앱 개발에도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한은과 손잡고 갤럭시워치를 통한 CBDC 기술 개발에 성공하면 스마트워치 시장에서도 두각을 나타낼 수 있을 전망이다. 박은균 KOTRA 우한무역관장은 “2015년부터 불붙기 시작한 스마트워치 시장은 애플, 삼성, 화웨이 등이 매년 새로운 제품을 내놓고 있다”며 “디지털원화를 비롯한 CBDC가 상용화되면 스마트밴드 스마트워치 시장은 새로운 전기를 맞이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삼성전자는 한은, 카카오 블록체인 자회사인 그라운드X,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삼성SDS 자회사인 에스코어도 등과 손잡고 이달 28일부터 내년 6월까지 CBDC 모의시험 연구에 나선다. 경우에 따라 한은이 모의시험 결과물을 외부에 공개할 수도 있다. 이르면 내년에 CBDC가 담긴 갤럭시워치로 결제·송금하는 장면을 언론에 공개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