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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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이르면 이달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커지면서 주식·부동산 가격이 출렁일 수 있다는 전망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빚투(빚내서 투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기세가 꺾일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하지만 통념과 달리 과거 기준금리 인상 시점에 되레 주가·집값이 오름세를 보인 사례가 많았다. 금리인상은 물론 실물경제 회복 속도와 유동성 규모, 소득·실적 대비 자산가격 수준이 맞물려 자산가격 향방을 가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15일 열린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준금리 전망 보고서를 작성한 증권사 19곳 모두가 연내 금리인상을 예상했다. 이 가운데 하나금융투자·키움·대신·신영·하이투자·KTB투자증권을 비롯한 6곳은 8월 인상을 전망했다. 내년에도 금리를 1~2회 추가로 올릴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김상훈 KB증권 수석연구위원은 "내년 말 기준금리가 연 1.25%로 전망했다"며 "한은의 ‘매파(통화 긴축 선호)’적 움직임을 고려하면 내년 기준금리 인상폭이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은행 대출금리도 기준금리 인상 흐름을 일찌감치 반영해 오름세를 보였다. 지난 6월 예금은행의 주택담보대출(가중평균·신규취급액 기준)은 전달보다 0.05%포인트 오른 연 2.74%로 집계됐다. 2019년 6월(연 2.74%) 후 2년 만에 최고치다. 신용대출 금리도 0.06%포인트 오른 연 3.75%로 지난해 1월(연 3.83%) 후 1년 5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통상 기준금리 인상은 자산가격 하락으로 이어진다. 자산가격 경로를 타고 주식과 부동산 등의 자산가격 상대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차입비용이 커지는 만큼 주식·부동산 투자 유인도 꺾인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달 28일 '집값 고점론'의 근거로 한은의 금리인상을 제시했다.
금리인상 임박에 "집값 떨어질라"…'영끌' 집주인들 초긴장
하지만 이론과 현실은 달랐다. 과거 기준금리가 오르는 시점에 외려 자산가격이 오름세를 보인 사례가 많았다. 카드대란 사태가 수습된 직후인 지난 2005년 10월부터 2007년 8월까지 한은은 기준금리를 연 3.25%에서 연 5.00%까지 1.75%포인트 올렸다. 금리를 올린 23개월 동안 코스피지수는 23.6% 상승했다. KB 전국 주택매매가격지수는 14.2% 뛰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충격에서 벗어난 2010년 7월부터 2012년 6월까지 한은은 기준금리를 연 2.00%에서 연 3.25%로 1.25%포인트 인상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는 23.6%, KB 전국 주택매매가격지수는 5.3% 올랐다. 2017년 11월에서 2018년 11월까지는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연 1.75%로 0.5%포인트 인상했다. 이 기간 코스피지수는 16.9% 하락한 반면 KB 전국 주택매매가격지수는 3.3% 상승했다. 당시 코스피지수가 하락한 것은 금리인상 충격보다는 미·중 무역분쟁이 본격화하면서 투자 심리가 위축된 영향이 컸다. 여기에 미국 기준금리가 한국보다 0.25~0.75%포인트 높은 금리역전 현상이 이어지자 외국인 투자금이 7조원 넘게 유출됐다.

금융연구원과 현대경제연구원도 금리인상이 자산가격 조정으로 이어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금융연구원은 2016년 발표한 '자산가격 경로를 통한 통화정책의 유효성에 대한 고찰' 연구보고서에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후 기준금리 인상이 주식과 부동산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었다”고 평가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도 "기준금리가 오를 때는 실물경제가 좋아지는 동시에 기업실적도 향상된다"며 "실적·경기개선 효과가 금리인상 효과를 압도하면서 주가를 밀어 올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과거 사례가 이번에도 재연될지는 미지수다. 가계소득·기업실적 대비 자산가격 수준과 시중 유동성 규모 등이 그때와는 판이하기 때문이다. 한은에 따르면 올 1분기 수도권의 '소득 대비 주택가격비율(PIR)'은 10.4배로 통계를 작성한 2004년 후 가장 높았다. 코스피지수의 주가수익비율(PER)은 1~6월 평균이 28.49배로 2004년 1월 이후 반기 기준 사상 최고치다. 집값과 주가가 상대적으로 고평가된 만큼 조정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시중에 풀린 유동성도 사상 최대치다. 한은에 따르면 현금과 언제든 현금으로 바꿀 수 금융상품(요구불예금·머니마켓펀드·종합자산관리계좌 등)을 합친 단기자금은 지난 5월 말 1419조3698억원. 지난해 말(1321조8364억원)과 비교해 97조5334억원 늘었다. 매년 1~5월 증가폭 기준으로 사상 최대치다. 금리인상으로 시중 유동성 증가 흐름이 꺾이는 만큼 자산가격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