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디지털화폐가 생긴다면 암호화폐는 필요없어질 것이다.”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지난 14일 하원 청문회에서 한 말이다.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가 상용화하면 비트코인 같은 민간 암호화폐가 어떤 운명을 맞을지에 대해선 엇갈린 전망이 나온다. 한쪽에선 파월 의장처럼 “암호화폐가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CBDC와 암호화폐가 상호보완적 관계로 공존할 것”이란 시각도 있다.

CBDC는 대다수 암호화폐의 치명적 약점인 가격 변동성에서 자유롭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도 막상 써보면 거래시간이 오래 걸리고 수수료가 치솟는 등의 문제가 있다. CBDC는 이런 단점을 극복한 데다 중앙은행이 지급을 보장한다는 안정성이 무기다. CBDC가 널리 퍼지면 암호화폐 대다수가 소멸하고 극소수 코인만 ‘투기 수단’으로 명맥을 이어갈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친(親)암호화폐 진영에서는 전혀 다른 주장을 편다. 정석문 코빗 이사는 “국가 주도로 보급된 디지털지갑에 대중이 익숙해지면 비트코인 보유 등의 장벽이 해소되면서 오히려 활성화할 수 있다”고 했다. 한 암호화폐거래소 대표는 “CBDC는 중앙은행이 민간의 모든 거래를 들여다볼 수 있는 빅 브러더”라며 “사용을 원치 않는 수요도 존재할 것”이라고 했다. CBDC가 결제 시장의 상당 부분을 잠식할 가능성은 높지만 민간 암호화폐와 공존하면서 블록체인 생태계를 확장할 것이란 설명이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