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 연구원들이 뇌파 측정 기반 운전자 모니터링 시스템 ‘엠브레인’을 시험하고 있다.  /현대모비스  제공
현대모비스 연구원들이 뇌파 측정 기반 운전자 모니터링 시스템 ‘엠브레인’을 시험하고 있다. /현대모비스 제공
현대모비스가 세계 최초로 뇌파를 측정해 운전자의 건강·심리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신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이를 기반으로 글로벌 자동차 헬스케어 시장 공략에 나설 계획이다. 버스와 트럭 운전자의 졸음운전이나 갑작스런 건강 이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대형사고를 막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현대모비스는 뇌파 기반 모니터링 시스템 ‘엠브레인’을 개발해 올해부터 경기도 공공버스에 시범 적용한다고 21일 발표했다. 생체신호 중 최고 난도 영역으로 알려진 뇌파 측정 기술이 자동차 분야에 적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운전자 뇌파 측정용 이어셋 ‘엠브레인’
운전자 뇌파 측정용 이어셋 ‘엠브레인’
엠브레인 시스템은 이어셋 형태로, 운전자가 귀에 센서를 착용하면 시스템이 귀 주변에 흐르는 뇌파를 감지해 운전자 컨디션을 측정한다. 뇌파에서 나오는 정보를 분석해 운전자가 졸린지, 건강 상태는 어떤지 등을 전반적으로 확인한다. 현대모비스는 뇌파 신호가 사람의 어떤 상태를 나타내는지 해석하는 소프트웨어를 갖추기 위해 머신러닝을 도입하는 등 3년간 연구개발을 거쳤다.

가령 운전자가 졸고 있으면 스마트폰 앱과 연동된 엠브레인이 운전자에게 주의력이 떨어졌다고 알려준다. 운전석 주위의 LED(발광다이오드), 운전석 시트의 진동, 좌석 윗부분의 스피커를 통해 시·촉·청각으로 경고를 준다.

현대모비스는 경기도 공공버스를 시작으로 지방자치단체, 운송업계 등과 협업해 상용차(버스 및 트럭)에도 시스템을 적용할 계획이다. 뇌파를 해석하는 데이터를 축적해 글로벌 차량용 헬스케어 시장도 공략하기로 했다. 엠브레인 등 다양한 바이오 헬스케어 기술을 대중교통에 우선 적용해 수집한 데이터를 평가한 뒤 공공안전 관련 사업 등 다른 분야로 확대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알려진 심박 측정, 동공 추적 등을 활용한 기술 외에 차량용 헬스케어 시장은 전혀 개척되지 않았다”며 “특히 뇌파 기반 기술 분야는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현대모비스 기술은 자율주행이 적용된 차량에도 적용할 수 있다. 최근 차량용 헬스케어 기술은 탑승객의 안전과 편의를 제공하는 쪽으로 발전하고 있다. 완전자율주행 단계에서는 뇌파를 비롯한 생체신호를 통합해 탑승객 심리를 파악한 뒤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탑승객의 생체신호를 인지해 휴식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인공지능 가상비서가 차량을 수면 모드로 바꾸는 방식이다. 탑승객의 건강 상태가 갑자기 나빠지면 차량이 스스로 가까운 응급실로 향하는 기술도 구현 가능하다.

이승환 현대모비스 선행연구섹터장은 “완전자율주행 기술과 편의 기술을 결합해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서 성과가 나오고 있다”며 “스마트시티와 목적기반모빌리티(PBV) 등 다양한 분야로 지속가능한 성장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현대모비스는 최근 생체신호를 활용한 자율주행 헬스케어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2018년 졸음운전 사고 등을 예방할 수 있는 운전자 감지 및 구출 시스템을 선보였고, 2019년에는 동공 추적 운전자 모니터링 시스템을 공개했다. 지난해엔 레이더 기반 영유아 뒷좌석 탑승 감지 시스템 개발에 성공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