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경영이 확산되면서 기업들도 전문성을 갖춘 추진 체계가 필요해졌다. 이사회 산하 ESG위원회가 늘어나는 이유다. 위원회는 ESG경영으로 인한 위험과 기회를 고려하고 이해관계자의 요구를 얼마나 반영할지 결정해야 한다
[한경ESG] 이슈 브리핑
재무적 요소와 비재무적 요소의 균형을 의미하는 '이중 중요성'. /PwC

재무적 요소와 비재무적 요소의 균형을 의미하는 '이중 중요성'. /PwC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기업 이사회도 ESG의 중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이사회 산하 ESG위원회가 점점 많아지고 있는 이유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PwC는 '이사회의 ESG 감독을 위한 가이드'라는 보고서를 내고 이사회가 새로운 ESG 이슈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제시했다. ESG 이슈는 기업에 위험이 될 수 있지만,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경영진은 ESG 전략을 세우고, 이사회는 이를 확인하고 감독할 책임이 있다.

이사회가 ESG경영 직접 관리

PwC에 따르면 ESG 경영의 등장은 기존 주주 중심 자본주의가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로 변화하는 데 따른 것이다. 장기적 가치 창출 관점에서 회사의 ESG 수준을 살펴보려는 투자자들의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ESG와 관련한 정보를 공개하라는 기업에 대한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인적자본 운영 모형에서부터 인재 계획, 직원 경험 및 작업 환경 등을 공시할 것을 요구했다.

해외에서는 기업 이사회에서 ESG를 직접 관리하는 경우가 점차 늘고 있다. 지난해 PwC 미국이 기업의 이사회 이사들을 대상으로 수행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5%가 기업 위험 관리의 일부로 이사회가 ESG 이슈를 논의한다고 답했다. 또 ESG 이슈를 이사회에서 정기적으로 논의한다는 응답자는 2019년 34%에서 지난해 45%로 늘었다. ESG와 관련한 회사의 노력을 알리는 것이 경영의 우선순위에 해당한다는 응답자는 2019년 30%에서 지난해 41%로 증가했다. 이사회에서 ESG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증거다.
설립 줄 잇는 ESG위원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PwC에 따르면 회사의 ESG 전략에는 ESG 위험 및 기회에 대한 고려가 포함되어야 한다. 회사가 사회적 책임 보고서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이미 ESG 지표를 제공하고 있는 경우, 채널 전반에 걸쳐 메시지가 명확하고 일관되는지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

다만 회사의 목적, 메시지 및 활동은 회사가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수익을 달성하는 사업전략과 일치해야 한다. 이는 ESG와 함께 기업 경쟁력을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기업은 투자자, 직원, 고객, 공급업체 및 지역사회를 포함한 이해관계자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사회와 경영진은 서로 협력해 ESG 진행 상황을 측정·확인할 최선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효율성 저하·대리인 문제 주의해야

특히 이사회는 ESG를 위험 관점에서 생각해야 한다. 환경·사회적 요인은 인력, 신기술, 공급망 등 기업이 극복해야 하는 사업 과제에 큰 영향을 미친다. 기업은 ESG 관련 위험을 찾기 위해 경쟁 업체의 공시 정보를 정기적으로 검토하고 이사회와 공유해야 한다. 거시적 관점에서 기업위험관리 절차를 검토하고 ESG 위험을 포착해야 한다. 이를 통해 경영진은 위험을 관리하고 완화하는 체계를 갖추게 된다.

또 기업은 통합되고 일관된 메시지를 만들어야 하고, 공시하는 정보의 정확성에 확신을 가져야 한다. 정량 데이터에 기반한 지표를 위해 적절한 내부 통제도 마련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기업은 외부 평가 기관의 ESG 등급을 검토해야 한다. 어느 특정 영역에서 경쟁 업체보다 뒤떨어지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우리 기업과 다른 기업의 점수를 비교해 어떤지를 이해하면 개선할 부분에 집중하는 데 도움이 된다.

차경민 PwC 파트너는 "이사회 수준에서는 ESG 안건을 심도 있게 다루는 데 시간적·역량적 한계가 존재한다"라며 "풍부한 ESG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위험 및 성장기회를 식별하고 내재화를 감독하는 이사회 산하 ESG 전문 조직이 필요해지고 있다"고 조언했다.
설립 줄 잇는 ESG위원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ESG 경영에 수반되는 비용의 증가는 기업의 수익성에 부담을 줄 수 있다. ESG에 드는 비용을 상쇄할 만한 수익 및 사회적 가치가 창출되는지를 판단하는 것은 매우 어려워 의사결정 구조의 비효율성 증가와 대리인 문제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기도 한다. 박경서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ESG 경영과 투자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논의'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우려를 나타냈다.

기업의 주된 의사결정자는 주주라는 점에서 기업의 목적은 주주 가치 극대화다. 따라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환경보호를 동시에 강조하는 ESG 경영은 기존과 차이가 크며, 이는 생산 단위로서 기업의 효율성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있다. 기존 연구들에 따르면, 다양한 이해관계자에 대한 배려를 강조하는 체제는 상대적으로 주주권 보호가 취약할 수 있다. 경영진과 이사회는 ESG 경영의 범위와 적정 수준에 대해 고민할 수밖에 없다.

또 ESG 경영과 관련해 경영자의 대리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경영자가 주주의 비용으로 사회적 책임 경영을 진행하면서 경영자의 사적 이익을 추구할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경영자가 주주 또는 회사 돈으로 선심을 베푸는 경우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소수 주주의 의견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지배구조가 낙후한 경우 대리인 이슈가 있다고 지적한다. 경영자는 ESG 경영을 추진하고 수익이 하락할 경우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냈다고 변명할 수 있다. 하지만 ESG 경영의 성과물로 사회적 가치를 측정하기는 아직 매우 어렵다.
박경서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사진 본인제공

박경서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사진 본인제공

[인터뷰] 박경서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박경서 교수는 한국거래소 지수관리위원회 위원장과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원장을 지낸 기업경영과 재무관리·지배구조 연구의 권위자다.

- ESG위원회가 잇따라 생겨나고 있는데.

“ESG위원회가 생기는 것은 기존 이사회가 소위원회를 두고 있는 것과 비슷한 것 같다. 이사회에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데 ESG에 대한 전문성이 필요해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하부 위원회가 생기는 게 맞다. ESG가 회사의 경쟁력에 도움이 될지를 고려하며 ESG 경영을 해나가야 하고, 경영자가 대리인으로서 좋은 이미지를 갖기 위해 하는 행동은 ESG위원회에서 걸러져야 한다.”

- ESG위원회의 예상되는 어려움은.

“ESG위원회는 그 역할과 범위를 직접 정해가야 한다는 게 가장 어려운 문제다. 그 전에는 단순한 목표가 이사회, 하부 위원회에 주어졌다. 기업 가치와 경쟁력 제고다. 기업 가치는 비교적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측정이 가능하고, 주가는 기업의 방향을 반영한다. 주가나 자기자본이익률, 투자수익률 등은 명확하고 객관적인 수치다. 그런데 ESG위원회는 주주 가치뿐 아니라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이해를 고려하도록 경영 생태가 바뀌는 것이다. 주인이 한 명이었다가 여러 명이 생긴 것이다. 근로자, 고객, 지구 환경까지 말이다. 여러 주인의 이해를 어떻게 고려할지, 어떤 비중으로 누구의 이해를 더 반영할지 위원회가 판단해야 한다.”

- ESG위원회가 구체적으로 할 일은.

“예전 CSR위원회 등은 사회 공헌의 방향이나 기부금 등을 정했다. 지배구조위원회라는 소위원회도 있었다. 이제는 이런 문제를 통합적으로 ESG위원회에서 다루게 된다. 이제 ESG위원회는 원자재 구매 업체나 하청 업체와의 관계가 적절한지, 회사에서 얼마나 많은 탄소배출이 이뤄졌는지, 산업안전 문제는 없는지, 배터리에 쓰이는 코발트 같은 광물을 캐는 데 아동 노동 이슈는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 제품 공급 단계에서나 고객 접점에서든 말이다. 쿠팡을 예로 들면, 상품을 고객에 빨리 전달하는 것은 고객에게는 좋지만 배달 근로자들은 근로조건이 악화되는 문제가 있다. 이런 모순되는 상황적 가정에서 어떻게 의사결정을 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 ESG위원회는 어떤 인물로 구성되어야 하나.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생각해야 하는 만큼 이사들의 생각이 모두 다를 수 있다. 서로 논쟁할 수 있는 이슈다. 환경 분야는 비교적 측정이 가능하지만, 탄소 1톤이 배출됐을 때 지구온난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측정은 아직 나와 있지 않다. 또 사회적 책임 같은 의사결정은 객관화되기 어렵기 때문에 사람마다 의견이 다르다. 빈곤에 지극히 공감하는 사람도, 경쟁적인 사람도 있을 수 있다. 다만 환경론을 극단적으로 중시하는 환경주의자들이 위원이 되면 기업에는 상당한 압박이 된다. 결국 주주가 자발적으로 그것을 끌고 나가는 것이 맞다고 본다. ESG위원들은 주주가 선임하고 해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 국내 ESG 경영 환경의 특징은 무엇인가.

“G를 못하고 E와 S를 하면 지속 가능 경영이 안 된다. 그런 점에서 특히 한국은 지배구조 측면에서 소수 주주 보호가 중요하다. E는 최근 유럽의 국경탄소세처럼 거의 규제화되고 있다. E는 모든 기업이 명확한 규제로 받아들여야 하고, 이걸 어떻게 다룰지에 대한 의사결정이 중요하다. S는 비교적 재량권이 넓은 선택이다. 중요한 점은 ESG와 관련한 의사결정을 누가 하느냐다. 외부 자문을 받을 수는 있지만 그들이 의사결정을 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의사결정권을 가진 것과 자문하는 것은 매우 다르다. 외부 전문가 컨설팅을 받고 최종 의사결정은 내부에서 해야 한다.”

- ESG 경영을 ESG위원회가 다 책임질 수 있나.

“ESG 의사결정을 모두 ESG위원회가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ESG는 회사의 큰 방향을 잡는 것이다. 예산 설정, 사후 평가 등 제한된 영역에서 의사결정권을 가져야 한다. 다른 부분은 실무진에게 넘기는 게 맞다. 예를 들면 ESG 경영을 하는 데 가장 많은 아이디어가 직원에게서 나온다. 환경 친화적, 고객 친화적 정책이 수없이 많은 직원의 제안으로 실천된다. 이를 모두 ESG위원회가 하는 건 너무 부담스럽다. ESG위원회가 어떤 수준까지 개입해야 할지 정해야 한다. 가능한 한 위임하는 것도 좋다. 회사 자원이 낭비되는 게 아닌지, 기업에도 좋은지, 주주에게도 좋은지, 그런 것을 정하는 것이지 세세한 전략 실행은 실무진에게 맡기는 게 맞다.”

구현화 기자 ku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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