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동 소재 이마트24 본점에서 고객이 인공지능(AI)기반 주류 무인 판매 머신에서 주류를 구매하고 있다. /사진=BGF리테일
성수동 소재 이마트24 본점에서 고객이 인공지능(AI)기반 주류 무인 판매 머신에서 주류를 구매하고 있다. /사진=BGF리테일
무인 편의점·술집·아이스크림가게 등이 곳곳에 들어서면서 판매직 일자리 등이 10%가량 증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자동화와 코로나19 사태가 겹치면서 취업난이 더 심각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행은 21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코로나19의 상흔:노동시장의 3가지 이슈' 보고서를 발표했다. 무인 키오스크(무인단말기)를 비롯한 장비 등이 코로나19를 계기로 확산되자 단순 판매·노무직종이 직격탄을 맞았다고 분석했다. 자동화에 영향권에 들어선 대면서비스업 일자리는 2020년 10월 기준으로 2017년 4월에 비해 10.8% 감소했다. 이들 일자리는 주로 마트·카페 판매직과 단순 기계·장비 조립 근로직이다.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와 무인 술집이 확산되는 데다 무인 키오스크를 설치한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마트와 편의점이 늘면서 마트 판매직, 캐셔 등이 줄어들었다는 의미다.

한은은 코로나19로 실업 장기화도 한국 고용시장에 상흔을 남겼다고 분석했다. 올해 상반기 구직기간이 넉달 이상인 장기실업자는 작년 상반기보다 월평균 4만9000명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올 6월 말 기준으로 구직 기간이 석달 이하인 단기실업자는 작년 2월에 비해 15.5% 늘어나는 동안 장기실업자는 26.4%나 증가했다. 이처럼 구직기간이 길어지면서 취업을 포기하는 '구직단념자' 증가도 불었다. 2019년 1월~2021년 2월까지 장기실업자에서 구직단념자로 전환한 비율은 21.1%에 달했다.

대기업에 고용이 쏠리는 '고용 집중화' 현상도 뚜렷했다.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의 채용이 줄어드는 반면 300인 이상 대기업의 고용은 늘어난다는 의미다. 고용의 집중 정도를 나타내는 '고용 허핀달-허쉬만 지수'(고용 HHI)를 보면 2019년 4분기 0.715에서 올해 1분기 0.792로 뛰었다. HHI는 고용집중도를 나타내는 지표(0~1)로 1에 가까워질수록 소수 기업에 고용이 몰린다는 의미다.

송상윤 한은 고용분석팀 과장은 "자동화 고위험 직업군 종사자의 원활한 일자리 이동을 지원해 실업 충격을 줄여야 한다"며 "늘어난 장기 실업자의 경력 공백을 단축하는 동시에 중소기업 채용을 북돋우는 노력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동화·고용집중화·장기실업자에 관계가 깊은 최저임금에 대해선 "보고서 분석이 산만해질 수 있는 만큼 최저임금 영향은 배제하고 분석했다"고 답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