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대장주’인 비트코인 가격이 한 달여 만에 개당 3만달러(약 3451만원) 아래로 떨어졌다. 이더리움과 카르다노 등 다른 시가총액 상위 코인들의 가격도 줄줄이 급락했다. 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세계경제 회복 속도가 더뎌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심리가 급속히 위축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비트코인도 '델타 쇼크'…3만달러 깨졌다
20일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이날 오후 4시 기준 24시간 전보다 6.49% 하락한 2만9755달러를 기록했다. 미국 경제방송 CNBC는 “전체 암호화폐 시장에서 24시간 만에 900억달러(약 103조6000억원)가량이 증발했다”고 보도했다. ‘심리적 지지선’이라 불리는 3만달러 선이 무너진 것은 지난 6월 22일 이후 한 달여 만이다. 비트코인 가격이 4월 초만 해도 개당 6만달러를 웃돌던 것과 비교하면 3개월여 만에 반토막난 셈이다. 이더리움(-7.58%)과 카르다노(-10.10%), 리플(-16.51%), 도지코인(-18.54%) 등 다른 코인들도 이날 줄줄이 하락 곡선을 그렸다.

델타 변이발(發) 코로나 재확산으로 인해 세계경제 회복 속도가 둔화될 것으로 관측되면서 코인과 주식 등 위험자산이 얼어붙고 있다는 평가다. 미국 뉴욕증시도 이날 하락했다. 19일(현지시간) 다우지수(-2.04%), S&P500지수(-1.59%), 나스닥지수(-1.06%) 등이 일제히 떨어졌다. 반면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5개월 만에 최저인 연 1.17%까지 떨어지는 등(국채 가격 상승) 안전자산에는 돈이 몰리고 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규제를 신속하게 마련하라”고 강조하는 등 미국이 암호화폐 관련 규제에 속도를 내는 것도 비트코인 가격 급락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도 최근 “디지털화폐가 생긴다면 암호화폐가 필요 없을 것”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일각에선 비트코인 가격이 2만달러대 초반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내 시장에서도 비트코인은 급락세를 보였다. 이날 오후 4시 기준 국내 최대 암호화폐거래소인 업비트에서 비트코인은 24시간 전보다 3.51% 떨어진 3550만9000원을 기록했다. 이더리움과 에이다, 리플, 도지코인 등도 각각 5% 이상 하락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