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사업자가 급증하면서 태양광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의 시장가는 떨어지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보조금을 통해 높은 값으로 사주고 있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의 전기료 부담이 커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태양광 생산 단가 떨어져도 보조금 퍼주며 가격 보전
한국에너지공단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계통한계가격(SMP)에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거래가를 더한 태양광 생산 전력 현물 가격은 10만2137원이었다. 하지만 20년간 고정된 가격에 태양광 전력을 매입해주는 장기고정(FIT)가격은 14만3682원으로 현물가격 대비 40.6% 비싸다. 2017년 상반기만 해도 FIT보다 15.5% 높았던 현물가격이 2019년 상반기를 기점으로 역전되더니 두 가격 사이의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FIT와 현물가격을 구성하는 REC는 보조금의 일종이다. 한국전력 산하 6개 발전 자회사는 FIT 계약과 REC 매입을 통해 민간이 생산한 태양광 전력으로 할당된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을 채운다. 관련 비용은 ㎾h당 5.3원인 기후환경요금으로 분류돼 전기요금 고지서에 포함된다.

REC 거래가는 시장 수급에 따라 가격이 결정된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태양광 사업자가 급증하며 2017년 7월 12만7113원에서 3만115원까지 떨어진 이유다. 반면 FIT는 전년 현물가격은 물론 생산 원가까지 감안해 정한다. 정부가 가격 하락폭을 어느 정도 관리할 수 있는 이유다. REC 거래가 급락으로 태양광 사업자들이 어려움을 호소하자 산업통상자원부는 FIT 계약 확대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이에 따라 태양광 시장에서 현물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50.3%에서 올해 5월 7.5%까지 떨어졌다.

이 같은 현물거래 축소는 태양광 전력 구매 비용을 상승시켜 전기료 인상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발전 단가 하락 등에 따른 비용 절감이 이뤄지지 않는 가운데 의무적으로 구매해야 할 전력은 계속 늘어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20년에 이르는 FIT 계약 기간도 부담이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지나치게 빠른 태양광 발전 확대에 따른 시장 기능 붕괴를 정부가 보조금으로 메우고 있다”며 “관련 부담은 전기료 인상으로 국민에게 청구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