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금리 시대' Z세대…기성세대들과는 출발선부터 달랐다
2015년 방영된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극중 한일은행(현 우리은행) 직원 성동일이 이웃 주민한테 “금리 연 17%짜리 통장을 만들어줄 테니 목돈을 예금에 넣어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대사를 지켜본 2030세대 시청자들은 깜짝 놀랐다. 은행에 돈을 맡기면 연 1% 안팎의 쥐꼬리 이자를 받는 자신들의 현실과 너무 괴리가 크기 때문이다.

MZ세대가 부모세대와 달리 저축 대신 암호화폐(코인)와 주식 등 고위험 투자를 추구하는 배경에는 ‘금리 격차’라는 구조적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980년 은행의 정기예금 이자는 연 24.0%였다. 돈을 은행에 맡기기만 하면 ‘주식 대박’을 터뜨렸을 때 못지않은 수익률을 매년 따박따박 얻을 수 있었던 셈이다.

정부도 근로자재산형성저축(재형저축) 제도를 도입해 인센티브를 주며 저축을 장려했다. 1976년부터 1995년까지 판매된 재형저축의 금리는 한때 최고 연 20~30% 수준이었다. 3년 만에 원금이 두 배가량으로 불어날 정도였으니 신입사원의 1호 상품이었다.

반면 지금의 Z세대는 초저금리 시대 사회에 첫발을 디뎠다. 은행 예금금리는 1990년대 한 자릿수로 떨어지더니 2015년부턴 연 1%대 금리가 이어졌다. 현재 시중은행들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연 0.50~0.95% 수준이다. 저축은행들도 최대 연 2%대 금리를 제공할 뿐이다.

신한은행이 펴낸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2017년)에 따르면 1990년대 이전의 첫 부동산 구입 연령은 29.2세였다. 하지만 2010~2016년 34.8세로 올랐다. 과거에도 내집 마련이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는 얘기다. 최근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며 MZ세대의 좌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국의 소득 대비 주택가격 상승률은 지난해 13%를 기록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국민은행 리브부동산은 최근 중위 소득(3분위) 계층이 서울의 중간 가격대 집을 사려면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16.8년간 모아야 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2008년(11.9년)에 비해 늘어났다. MZ세대가 월급 또는 저축에 기대지 않고 위험을 감수해가며 투자를 통한 자산 증식을 꾀하는 이유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