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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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식품 대명사' 라면 가격의 인상이 시작됐다. 올해 초 '진라면' 가격 인상을 시도했으나 번복한 오뚜기가 결국 총대를 멨다.

오뚜기는 다음달부터 진라면 등 주요 라면 가격을 평균 11.9% 인상한다고 15일 밝혔다. 오뚜기의 라면값 인상은 2008년 4월 이후 13년 4개월 만이다. 올해 초 번복했던 가격 인상을 결국 단행한 것이다.

대표 제품인 진라면(순한맛·매운맛) 가격은 684원에서 770원으로 12.6% 오른다. 스낵면의 경우 606원에서 676원으로 11.6%, 육개장(용기면)은 838원에서 911원으로 8.7% 인상된다.

오뚜기는 수년간 이어진 밀가루, 팜유와 같은 원재료값 상승과 인건비 상승 부담으로 가격 인상을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2008년 라면 가격 인상 뒤 2010년에는 서민경제에 보탬이 되고자 하는 취지에서 최대 6.7% 내린 후 한번도 올리지 못한 점을 강조했다.

오뚜기 관계자는 "라면이 소비자 물가에 미치는 영향력을 고려해 설비 자동화, 원료 및 포장재 등의 원가 절감 등 제품 가격 인상 억제를 위한 자체적인 노력을 전개해왔지만 원가 상승으로 불가피하게 가격 인상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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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가격 인상를 통해 설비 투자, 인원 충원 등을 단행해 보다 좋은 품질개발과 생산에 나서겠다고 오뚜기는 전했다.

그동안 라면업계에서는 주요 원재료인 소맥과 팜유 가격 인상이 이어졌으나 소비자 저항을 우려해 섣불리 나서지 못했다. 통상 한 업체가 총대를 메면 동종업계 가격인상이 뒤따르는 만큼 다른 업체들도 가격 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라면업계 1위 농심은 2016년 12월 이후 5년째 제품 가격이 제자리다. 삼양식품도 2017년 5월 이후 라면값을 동결한 상태였다.

다만 농심 관계자는 라면 가격 인상에 대해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며 말을 아꼈다.

국제 곡물 가격이 통상 3~6개월 시차를 두고 업체 매입가에 반영되는 점을 감안하면 하반기 라면 업체들의 원가 상승 부담은 심화된 상태다. 올해 5월 기준 소맥과 팜유 평균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각각 27%, 71% 뛰었다. 지난해 농심의 원부재료 매입액에서 소맥분, 팜유 등 주요 원재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59%에 달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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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인상 지연에 따라 그동안 농심·오뚜기·삼양식품 라면 3사의 매출총이익률(지난해 기준)은 25%대로 떨어졌다. 농심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반토막(-55.5%) 났다. 삼양식품(-46.2%)과 오뚜기(-12.2%) 역시 감소세를 면치 못했다.

수출 수요 등이 견조한 만큼 기업들이 가격 인상에 나서면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심은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라면 판매 가격을 5% 인상한다고 가정하면 농심의 이익이 약 300억원 내외로 개선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