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거래되는 암호화폐 가격이 해외보다 높은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을 노린 불법 외환거래 혐의자 등이 세무당국에 적발됐다. 대부분 해외에서 매입한 암호화폐를 국내로 옮겨와 매각해 차익을 챙기는 수법을 활용했다.

관세청 서울본부세관은 7일 ‘가상자산을 이용한 불법외환거래 기획조사’를 벌여 외환거래법 위반 혐의자 33명을 적발, 14명을 검찰에 송치하고 15명에게 과태료를 부과했다. 불법 거래 총액은 1조7000억원에 이른다. 구체적으로는 △불법 환치기 8122억원 △무역대금·유학자금으로 가장한 해외 송금 7851억원 △해외 자동화기기(ATM) 인출 954억원 등이다.
1조7000억 규모 암호화폐 불법 환거래 적발
적발된 환전상 A씨는 2018년 7월부터 올초까지 해외에서 국내로 송금을 원하는 의뢰인으로부터 현지 화폐를 받아 해외 암호화폐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을 매입, 국내 코인 지갑으로 전송했다. 이렇게 매입한 비트코인을 국내 거래소에서 더 높은 가격으로 팔아 현금화한 뒤 해외 의뢰인이 지정한 수취인에게 전달했다. A씨는 환치기 수수료뿐만 아니라 김치 프리미엄까지 활용해 차익 50억원가량을 벌어들인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본부세관은 A씨와 조직원 3명을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무역대금이나 유학경비로 가장해 해외로 거액을 송금한 뒤 김치 프리미엄 차액을 노린 무역업자와 대학생도 있었다. 유학생 신분인 B씨는 해외에 본인 명의 계좌 여러 개를 개설해 놓고 2018년 3월부터 1년6개월간 국내 본인 계좌에서 유학경비 명목으로 송금했다. B씨는 이 돈으로 해외 거래소에서 암호화폐를 산 뒤 전자지갑 이전 기능을 이용해 국내로 옮겨 거래소에서 매도했다. 이런 방식으로 B씨가 국내 본인 계좌에서 해외 본인 계좌로 송금한 횟수는 851차례, 금액으로는 총 400억원에 달했다. 시세 차익도 20여억원이나 돼 세관은 B씨에게 과태료 16억원을 부과했다.

코로나19 유행 이전에는 해외에 나가 ATM에서 외화를 인출, 현지에서 암호화폐를 취득한 직장인도 있었다. 직장인 C씨는 김치 프리미엄을 노리고 2017년부터 2년간 지인과 함께 29차례 해외를 드나들며 현지 ATM에서 현금카드로 320억원을 인출했다. 이 과정에서 C씨가 해외 ATM을 이용한 횟수는 1만2198회에 이른다. 이후에는 현지에서 암호화폐를 매입해 국내에 보내는 방식으로 15억원의 시세 차익을 챙겼다. 세관은 C씨와 일행에게 과태료 13억원을 매겼다.

이동현 서울본부세관 조사2국장은 “해외 ATM에서 외화를 인출해 여행경비로 사용하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상거래에 활용하는 것은 외국환은행을 통하지 않은 외화지급 행위로 과태료 부과 대상”이라며 “무역대금, 해외 여행경비, 유학경비 명목으로 가장해 송금한 외환 및 해외 ATM 기기에서 직접 인출한 외화로 가상자산을 구입하는 경우 형사처벌 또는 과태료 부과 등 제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가상자산 투자 열기 속에 자금세탁과 사기 등 불법 행위 가능성이 커졌다는 판단에 따라 4월부터 6개월간을 ‘범정부 차원 특별단속기간’으로 정하고 관계기관 합동으로 불법행위 등을 집중 단속하고 있다. 관세청도 ‘가상자산 이용 불법외환거래 특별 태스크포스’를 구성, 조사 역량을 강화해 집중 단속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