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 유럽에서 파는 품종으로 알려진 납작 복숭아. [사진=게티이미지]
주로 유럽에서 파는 품종으로 알려진 납작 복숭아. [사진=게티이미지]
'길쭉한 수박', '천도 같은 백도', '수박 같은 멜론'… 그동안 국내에서 보기 힘들었던 이색 품종 과일이 관심을 끌고 있다. 일종의 예약 공동구매 방식인 '과일 펀딩'으로 식탁에 오른다. 지금은 대중적으로도 널리 알려진 샤인머스캣도 이러한 방식의 펀딩 성공사례로 꼽힌다.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와디즈'에 관련 상품 펀딩이 등장했고, 목표 펀딩 금액을 3800% 초과 달성하며 펀딩 프로젝트가 마무리되기도 했다. 이색 품종 과일 수요가 늘어난 만큼 유통업계도 관련 상품 판매 물량을 늘리는 추세다.

8일 인스타그램에 '신비복숭아'를 검색하면 약 3만5000건의 게시글이 뜬다. 신비복숭아는 겉모습은 딱딱한 천도처럼 생겼지만 속은 백도처럼 부드러워 신비롭다는 의미로 붙여진 이름.

"천도처럼 생겼지만 한 입 베어 물면 천도 맛이 아니라 신비롭다" "요즘 가장 트렌디한 과일" "먹는 재미는 물론 반전 비주얼로 보는 재미까지 있다" 등의 반응이 쏟아졌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이색 품종 과일인 신비복숭아. [사진=이마트 제공]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이색 품종 과일인 신비복숭아. [사진=이마트 제공]
실제로 이색 품종에 대한 소비자 만족도는 평균 이상으로 나타났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전망 2021 보고서'에 따르면 신비복숭아, 그린황도, 납작복숭아를 구매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소비자는 각각 39%, 55%, 32%로 집계됐다.

그린황도는 본격 황도 판매철인 8월보다 한 달 이상 빠르게 나오는 조생 품종이다. 납작복숭아는 주로 유럽에서 맛볼 수 있는 복숭아 품종으로, 국내 복숭아와 달리 납작하게 생겼다.

이색 품종 복숭아 구매 경험이 있는 소비자 대상으로 만족도 조사를 실시한 결과(5점 만점), 그린황도의 구매 만족도가 4.05점, 납작복숭아 만족도가 3.96점, 신비복숭아 만족도가 3.74점으로 나타났다. 모두 보통 이상의 점수를 받은 것이다.

이색 복숭아 인기에 펀딩 플랫폼 와디즈에서는 과일을 판매하기 전에 금액부터 모금하는 펀딩 프로젝트가 진행되기도 했다. 지난달 14~21일 한 주간 진행된 '한국판 납작복숭아' 펀딩에는 1800여만원이 모여 목표금액(50만원)의 3602%를 달성했다.
길쭉하게 생긴 '베개수박'. [사진=GS리테일 제공]
길쭉하게 생긴 '베개수박'. [사진=GS리테일 제공]
또 식감은 수박 같은데 맛은 멜론과 비슷하다고 알려진 중국의 멜론 '하미과'의 펀딩 목표금액은 100만원이었는데 총 480여만원이 펀딩됐다. 체리와 자두가 합쳐진 '나디아자두'의 목표 펀딩 금액은 50만원이었는데 총 1924만5000원이 모금되며 목표금액의 3849%가 모이기도 했다.

이색 과일 인기에 힘입어 유통업계는 작년 판매 물량을 늘리고 있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슈퍼마켓 GS더프레시는 올해 신비복숭아 판매 물량을 지난해 보다 6배 많은 30t 규모로 준비했다.원형 모양의 일반 수박과 달리 모양이 길쭉해 '베개수박'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색 품종 수박은 지난해 대비 20% 이상 판매 물량을 늘렸다.

업계 관계자는 "이색 품종 과일은 먹는 재미는 물론 보는 재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인증샷을 올리는 재미까지 더해져 소비자들 사이에서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며 "앞으로도 국내에서 볼 수 없었던 다양한 품종의 과일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