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한국판 뉴딜 발표 1주년을 맞아 기존 정책을 확대 개편한 '한국판뉴딜 2.0'을 발표할 예정이다. 뉴딜의 여러 과제 중 ‘안전망 강화 뉴딜’을 ‘휴먼 뉴딜’로 확대하는 것이 골자다. 한국판뉴딜 2.0에는 기존에 정부가 추진하던 청년 지원 정책과 돌봄·교육 정책이 대거 포함될 전망이어서 내년도 한국판뉴딜 예산이 올해(21조3000억원)보다 10조원 이상 불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뉴딜로 ‘청년 달래기’

6일 정부와 더불어민주당 등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14일 한국판뉴딜 발표 1주년을 맞아 이 같은 내용의 한국판뉴딜 2.0을 발표할 예정이다. 새로 들어오는 영역인 휴먼 뉴딜에는 청년 지원책과 돌봄, 교육 관련 정책이 담긴다.

정부가 뉴딜 정책을 개편하며 휴먼 뉴딜을 앞세우게 된 배경에는 지난 4월 재·보궐선거 등에서 확인된 20·30대의 민심 이반이 심상치 않다는 판단이 깔렸다. 최근 발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20대의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부정평가는 60대 이상 연령층 다음으로 높은 수준이다. 지난 5일 발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18~29세의 문 대통령 국정수행 부정평가는 59.4%를 기록했다. 60대(71.4%), 70세 이상(64.4%) 다음으로 가장 높았다.

청년층의 반발로 인해 레임덕 가속화는 물론, 재집권이 위태롭다는 판단이 서자 정부·여당은 청년층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을 쉼 없이 내놓고 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이대남’(20대 남성)을 위해 군 모병제를 주장한 것이 대표적이다. 관계 부처에는 지난 4월 재·보궐선거 직후 청년 지원 정책을 적극적으로 발굴하라는 주문이 들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기존 사업 ‘포장지’ 바꿔치기

하지만 실효성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사업 중 상당수가 기존에 추진하던 정책을 한국판 뉴딜 안에 넣어 포장지를 갈아 치우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국가장학금 지원과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 등이 대표적인 예다. 국가장학금은 2021년 기준 국비 4조원이 투입되는 사업이다.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은 609억원의 예산이 편성됐다. 이들 사업은 내년도 예산안에서는 휴먼 뉴딜 분야로 묶여 한국판뉴딜 2.0 정책으로 추진된다. 각 부처에 흩어져 있는 인재양성 관련 예산과 문화·예술인 지원 예산 등도 휴먼 뉴딜에 포함됐다.

정부는 당초 만 3~5세의 취학 이전의 아동들을 대상으로 보육·교육과정을 제공하는 누리과정 사업도 재편되는 한국판뉴딜의 휴먼 뉴딜 분야에 포함할 것을 검토했다. 병사 월급 등 병력 운영 관련 예산을 휴먼 뉴딜에 포함하자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같이 각종 사업이 한국판 뉴딜 2.0으로 묶이면서 내년 한국판뉴딜 예산은 올해 예산(21조3000억원) 대비 10조원 이상 불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가 계획했던 2022년 한국판뉴딜 예산 27조7000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규모다.

“구체적 성과 없는 한국판 뉴딜”

신규 사업 실종 현상은 지난해 한국판뉴딜을 처음 발표했을 때부터 꾸준히 제기된 문제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지난해 편성한 2021년도 한국판뉴딜 예산 21조3000억원 중 신규 추진 예산은 3조119억(14.1%)에 불과하다. 기존에 정부가 추진하던 사업을 한국판뉴딜로 재편한 것이 18조2928억원에 달한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기존 한국판뉴딜이 제대로 된 성과도 거두지 못한 상황에서 관련 사업만 늘리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한다. 한국판뉴딜 사업 대부분이 기존에 추진하던 정책인 만큼 청년층이 기대하는 효과를 얻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존에 하던 한국판뉴딜 정책도 특별한 정책이 아니었고 일자리를 돈으로 만드는 것 외에는 가시적인 효과나 성과가 크지 않았다”며 “이런 예산을 계속해서 늘리게 되면 재정의 효율성 측면에서 좋지 않고 한국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일 년 전이나 지금이나 구체적인 얘기는 없이 한국판뉴딜이라는 이름만 남아있다”고 강조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판뉴딜 일자리 정책은 그야말로 엉망”이라며 “이미 진행하고 있던 사업을 한국판뉴딜로 가져온다고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될 리 없다”고 비판했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