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가 3만3천~3만9천원…미국·브라질·러시아·스웨덴 금융 플랫폼 비교 삼아

하반기 대어급 기업공개(IPO) 중 하나인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가 오는 8월 5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다.

카뱅이 제시한 공모가 희망 범위를 기준으로 하면 상장 후 기업가치는 16조∼19조원으로, 4대 금융지주 가운데 하나·우리금융지주를 웃돈다.

'기업가치 16조~19조' 카뱅 8월초 상장…2조원대 자금조달(종합)
◇ 카뱅 8월 5일 상장…2조원대 자금 조달
카뱅은 28일 이사회를 열어 일반공모 증자 방식 유상증자를 결정한 뒤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공모 주식은 신주 6천545만주(발행후 기준 발행주식 총수의 13.78%)다.

공모가 희망 범위는 3만3천~3만9천원이다.

오는 7월 21~22일 기관 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거쳐 공모가를 확정한 뒤 같은 달 26∼27일 일반 청약을 받는다.

상장일은 오는 8월 5일이다.

이날 증권신고서를 제출했기에 개인 투자자들이 여러 증권사에 중복 청약할 수 없다.

대표 주관사는 KB증권과 크레디트스위스증권이다.

공모 예정 금액은 2조1천599억원∼2조5천526억원이다.

카뱅은 신주 발행 자금을 중·저신용고객 대상 신용대출 확대, 주택담보대출 등 신규 상품·서비스 출시에 필요한 자본적정성을 확보하는 데 사용할 계획이다.

우수인력 확보, 고객 경험 혁신, 신용평가모형(CSS) 고도화, 소비자보호 인프라 확충, 금융기술 연구 개발 및 핀테크기업 인수·합병 등에도 3천5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조인트벤처(JV) 등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 해외 상장된 디지털 금융 사업자 비교해 공모가 산정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해외 상장된 은행 및 디지털 금융 사업자를 비교회사로 선정한 뒤 PBR(주가순자산비율)을 활용해 공모가를 산정했다.

비교 기업은 미국의 소매여신 플랫폼 로켓 컴퍼니(Rocket Company), 브라질 핀테크 업체 패그세구로 디지털(PagSeguro Digital), 러시아 디지털 은행 틴코프(Tinkoff Bank)의 최대 주주 TCS홀딩(TCS Holding PLC), 스웨덴 디지털 금융 플랫폼 업체 노르드넷(Nordnet) 등 4곳이다.

모바일 기반 비대면 영업이라는 당사의 사업 특수성, 높은 월간활성이용자수(MAU)를 기반으로 한 금융 플랫폼으로서의 역량 등을 고려했다고 카뱅 측은 설명했다.

카뱅은 이들 기업의 시가총액을 통해 적정 PBR(7.3배)을 산출한 뒤, 최근 5년간 유가증권시장 상장 기업들의 평가액 할인율에 기반해 18.8% ~ 31.3%의 할인율을 적용했다.

이렇게 산출된 공모가 희망 범위를 기준으로 나온 카뱅의 기업가치는 15조6천783억∼18조5천289억원이다.

이는 국내 1,2위 금융지주인 KB금융(23조8천억원)과 신한지주(21조6천억원) 다음 가는 규모로 하나금융지주(14조3천억원)보다 크다.

현재 증권사에서는 카뱅의 기업가치로 15조∼20조원 사이 추정치가 나온다.

은경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상장시 자기자본 5조원과 유상증자 시 적용된 주가순자산비율(PBR) 3.5배를 근거로 기업가치를 약 17조5천억원 안팎으로 평가한다"고 했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자기자본 5조원과 해외 동일 업종의 가치평가(밸류에이션) 사례를 감안하면 카뱅의 기업가치는 PBR 3배인 15조원 안팎"이라고 추정했다.

다만 "단순 금융회사가 아닌 플랫폼 업체의 관점에선 약 20조∼27조원의 가치부여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이날 현재 비상장 주식 거래 플랫폼 '서울거래소 비상장'에서 카카오뱅크는 주당 9만6천100원에 거래돼 기업가치가 39조4천억원에 달한다.

이에 대해 은경완 연구원은 "카뱅 장외 가격은 비상장·공모주 투자 열풍, 막연한 낙관적인 전망 등이 만들어 낸 신기루에 가까워 보인다"며 "지금까지는 상업은행의 리테일 업무 일부만을 영위하는 '플랫폼 기반 리테일 뱅크'에 가깝다"고 말했다.

'기업가치 16조~19조' 카뱅 8월초 상장…2조원대 자금조달(종합)
◇ 출범 6분기만에 흑자전환…올해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 사활
'2호 인터넷은행'인 카뱅은 2016년 1월 설립됐다.

카카오가 최대주주(지분 31.6%)다.

2017년 7월 오픈한 카뱅은 출범 6분기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2019년에 연간으로 137억원의 첫 흑자를 냈다.

카뱅의 모바일 앱 트래픽은 금융권 1위다.

5월 말 기준 한달간 카뱅 앱 순이용자(MAU)는 1천400만명이다.

카뱅은 여·수신 등 전통적인 은행 비즈니스뿐 아니라 금융플랫폼 비즈니스(비이자 부문)에서도 빠른 속도로 이익이 늘고 있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전년대비 8배 이상 늘어난 1천136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에도 46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5월 말 기준 수신액은 26조원, 여신액은 22조7천억원, 이용자 수는 1천653만명, 계좌 이용 고객(중복 제거)은 1천447만명이다.

총자산은 3월 말 기준 28조6천억원으로, 지방은행과 어깨를 나란히 하거나 이미 뛰어넘었다.

카뱅은 올해 중금리·중저신용자 대출을 획기적으로 제고하겠다는 목표다.

금융위에 2022년 말 25%, 2023년 말 30%로 중금리 대출 비중을 확대하겠다고 사업계획을 냈다.

올 하반기에는 출범 후 첫 기업금융 분야에 도전한다.

전국신용보증재단중앙회와 손잡고 소상공인을 위한 기업대출(개인사업자 대출)을 출시한다.

IPO 이후에는 비대면 모바일 주택담보대출도 선보일 예정이다.

케이뱅크가 자본을 확충하고 사실상 중단했던 영업을 다시 본격화한데다 제3호 인터넷뱅크 토스 뱅크가 출범할 예정이어서 지금까지의 카뱅의 '독주' 체제는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여기에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기존 강자들의 견제도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