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추적해 압류하는 지자체들
지난 18일 한 암호화폐거래소 본사의 시세판 모습. 김범준 기자

지난 18일 한 암호화폐거래소 본사의 시세판 모습. 김범준 기자

지방자치단체들이 세금 안 내는 사람들을 압박하기 위해 이들이 갖고 있는 암호화폐를 '정조준'하고 있다.

경기도는 지방세 체납자 1만2613명이 보유한 암호화폐 530억원어치를 압류했다고 21일 밝혔다. 체납자 대상 암호화폐 압류 조치로는 역대 최대 규모로, 이들이 밀린 세금은 총 542억원이다.

경기도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체납자 14만명이 사용한 휴대전화 번호를 확보해 국내 4대 암호화폐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의 회원 정보와 대조하는 방식으로 조사를 벌였다. 밀린 세금을 납부하지 않으면 압류한 암호화폐를 처분한다는 계획이다.

주요 압류 사례를 보면 개인병원을 운영하는 A씨는 2018년부터 500만원의 재산세를 체납했으면서 암호화폐를 120억원 규모로 사들였다가 꼬리를 잡혔다. 의사 B씨는 2018년부터 재산세 등 1700만원을 밀리고도 비트코인 등을 28억원어치 보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홈쇼핑 쇼호스트 C씨는 2016년부터 지방소득세 등 2000만원을 체납한 상태에서 이더리움 등을 5억원어치 갖고 있다가 적발됐다. 주택을 30여채 거느린 임대사업자 D씨는 2018년부터 지방소득세 3000만원을 내지 않았지만 암호화폐는 11억원어치 보유하고 있었다.

지난 4월에는 서울시가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지방세 체납자의 암호화폐를 압류했다. 서울시 38세금징수과는 암호화폐거래소에서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을 보유한 고액 체납자 1566명을 찾아내 이 중 676명의 코인 251억원어치를 압류 조치했다. 그러자 체납자 중 상당수가 "세금을 낼테니 코인을 돌려달라"고 읍소했다고 한다.

암호화폐거래소는 고액 체납자들이 재산을 은닉하는 수단으로 악용돼 왔다. 거래소들이 금융당국에 사업자 신고를 마치고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이행해야 하는 하반기부터는 이런 추적이 더 수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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