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깃데이트펀드(TDF)가 최근 우수한 성과로 인기를 끌면서 퇴직연금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퇴직연금 실적배당형 TDF의 연평균 수익률은 10.67%에 달했다. 최근 상장지수펀드(ETF)로 운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어 퇴직연금 시장이 더욱 활기를 띠는 모습이다. 다만 퇴직연금에서 주로 거래되는 ETF를 보면 고성장 기술주 섹터 ETF가 상위에 포진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 섹터 ETF는 상대적으로 종목 수가 적고 종목별 차별성이 부족해 높은 변동성에 노출될 수 있다.

변동성이 높으면 기대수익률이 높으니 투자 성과가 좋을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우리는 항상 위험 대비 수익률을 따져봐야 한다. 즉 평균 수익률이 같다면 변동성이 낮을수록 투자 성과가 좋다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A투자는 +10%와 -5%를 매년 반복하고 B투자는 +20%와 -15%를 반복한다면 평균 수익률은 2.5%로 동일하다. 그러나 A투자의 10년 누적수익률은 25%지만 B투자는 12%에 불과하다. 변동성이 낮을수록 투자 기간이 길어져 복리 효과가 커지기 때문이다.

변동성을 낮추려면 자산 배분에 나서야 한다. 시황에 맞춰 매매 타이밍을 잡거나 종목을 선택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웬만한 투자자라면 잘 알고 있다. 잦은 매매는 장기수익률을 갉아먹는 주범이다. ‘자산배분의 아버지’ 게리 브린슨은 매매 타이밍이나 종목 선택이 투자 성과에 미치는 영향은 10% 미만이지만 자산 배분은 90% 이상을 차지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자산 배분에 리밸런싱은 필수다. 리밸런싱은 정기적으로 투자 비중을 재조정하는 것이다. 주식과 채권을 50 대 50으로 투자해 묻어두는 A투자와 매년 주식과 채권 비중을 50 대 50으로 재조정하는 B투자를 비교해보면 B투자가 장기적으로 변동성이 낮고 수익률은 높다. 리밸런싱을 통해 우리는 정기적으로 자산을 검토하고 관리할 수 있으며, 코로나 위기와 같은 시장의 변곡점에서 대응할 수 있는 유연성도 갖게 된다.

퇴직연금 장기성과 높이려면…'3박자' 갖춘 TDF 활용을
TDF가 연금의 대표 상품이라 불리는 이유는 앞서 설명한 저변동성, 자산배분, 리밸런싱의 세 가지 특징을 모두 갖고 있기 때문이다. 퇴직연금의 장기 성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TDF를 주 전략으로 삼고 섹터 ETF나 신흥국 등을 부수적으로 편입한다면 더 안정적인 투자 전략이 될 것이다.

지용현 < KB자산운용 WM스타자문단 차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