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운용사들의 편입 비중 1위 종목은 숫자 이상의 의미가 있다. 대표 종목으로서 회사의 투자 방향을 보여줄 뿐 아니라 전체 수익률에도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비중을 크게 가져가기 때문에 펀드매니저가 종목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투자한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글로벌 헤지펀드의 ‘넘버원’ 종목은 투자에 좋은 참고자료가 된다. 해외 펀드는 삼성전자에 치중된 국내 펀드와 달리 업종별로, 회사 규모별로 여러 가지 종목을 담고 있다. 선택에 애를 먹는 투자자라면 수천 개 종목 중 엄선된 넘버원 종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리 오래오래 함께해요"…美 큰손들의 '넘버원' 종목은

월마트·아마존 등 30개 종목

미국 경제매체 키플링어는 글로벌 헤지펀드 30개사의 1분기 포트폴리오를 조사했다. 그 결과 30개사가 중소형주부터 대형주까지 각기 다른 종목으로 편입 1위로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종목에 10% 이상 비중을 싣는 헤지펀드도 12개사에 달했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인 브리지워터어소시에이츠는 월마트(WMT)를 넘버원 종목으로 편입하고 있다. 브리지워터는 2008년 금융위기를 정확히 예측해 이름을 알린 레이 달리오 최고경영자(CEO)가 이끌고 있다. 펀드 운용 규모만 1400억달러(약 159조원)에 달한다.

브리지워터는 올 1분기 월마트 51만2347주를 추가로 매수해 360만 주로 늘렸다. 회사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비중이 4.3%로 커졌다. 브리지워터는 월마트 다음으로 P&G, 코카콜라, 존슨앤드존슨을 보유하고 있다. 다우존스 종목을 선호하는 CEO의 스타일이 반영됐다.

애보트 등 제약주도 선택

해외 큰손들은 제약·바이오주에도 많이 투자하고 있다. 운용 규모가 11억달러인 트랜캐피털매니지먼트는 의료기기업체 다나허(DHR)를 23만7376주 보유하고 있다. 회사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4%다. 트랜캐피털은 2014년부터 다나허에 투자하고 있다. 다나허는 진단기기뿐 아니라 치과용 기기와 장비를 생산한다.

애보트래버러토리(ABT), 애브비(ABBV), 존슨앤드존슨(JNJ) 등도 선택을 받았다. 애보트래버러토리는 운용 규모가 620억달러인 폴렌캐피털매니지먼트가 22만118주(펀드 비중 5.6%) 보유하고 있다. 애브비는 애비디티파트너스가, 존슨앤드존슨은 ACR알파인캐피털이 가지고 있다. 전체 자산에서 비중이 각 6.3%다.

애브비는 글로벌 블록버스터 자가면역 치료제인 휴미라를 개발한 업체다. 이 단일 약품으로만 작년 22조원의 매출을 올렸다. 존슨앤드존슨은 타이레놀, 아큐브 등의 브랜드로 친숙한 제약·화장품 업체다. 종합 헬스케어 기업인 애보트래버러토리는 25년간 배당금을 늘린 배당 귀족주로 유명하다.

한 종목에 30% 몰빵하기도

일부 헤지펀드는 한 종목에 30% 가까운 비중을 싣기도 한다. 암치료 생명공학회사 시애틀제네틱스(SGEN)에 29.7%를 넣은 펠릭스줄리안베이커, 페이스북(FB)에 24.4%를 투자한 알타록파트너스가 대표적이다. 비중이 30%라는 것은 종목과 회사가 운명을 같이할 정도로 확신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마스터카드(MA), 알리바바(BABA)도 펀드별 비중이 21~23%에 달했다. 밸리포지캐피털은 마스터카드를 22.6% 비중으로 보유하고 있는데, 올 1분기에만 비중을 두 배 가까이 늘렸다. 코니퍼매니지먼트는 1분기 알리바바 보유 주식을 147% 늘려 비중을 20.7%로 확대했다.

이들 외에도 많은 종목이 큰손들의 선택을 받았다. 테크 분야에서는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반도체), 자일링스(반도체), 앱티브(자율주행) 등이 꼽혔다. 유나이티드헬스케어(보험), S&P글로벌(금융), 게이밍앤드레저프로퍼티스(부동산), 디알호튼(부동산), 아마존, 테슬라, 마이크로소프트도 목록에 들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