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승 대표가 의장직 맡기로
동남아 시장 진출에 집중
김범석 쿠팡 창업자가 17일 한국 쿠팡 이사회 의장과 등기이사에서 사임했다. 지주회사인 미국 쿠팡Inc의 이사회 의장과 대표직은 유지한다. 쿠팡 측은 “뉴욕증시 상장과 해외 진출을 계기로 김 의장이 글로벌 경영에 전념하기 위해 사임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한국 법인 이사회 의장은 강한승 대표가 맡는다.

쿠팡은 이번 인사를 계기로 글로벌 e커머스(전자상거래)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싱가포르, 일본에 이어 대만, 말레이시아 진출도 검토 중이다. 아마존, 알리바바가 장악하지 못한 나라를 중심으로 밀집형 도시에 특화된 쿠팡만의 e커머스 전략이 해외에서도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쿠팡은 이날 강 대표의 이사회 의장 신규 선임과 함께 전준희 개발총괄 부사장, 유인종 안전관리 부사장을 신규 등기이사로 임명하는 지도부 개편을 단행했다.

올 3월 뉴욕증시 상장에 성공한 이후 쿠팡의 글로벌 진격전은 예견돼 왔다. 김 의장은 매일 새벽 미국 이사회 멤버들과 화상 회의를 하고, 한국 쿠팡에 관한 굵직한 일들을 챙겨 온 것으로 전해졌다. 상장 이후 해외 진출 등 쿠팡Inc를 통해 결정해야 할 일이 훨씬 많아졌다는 얘기다.

핵심 사업장인 한국에서 쿠팡의 입지가 탄탄해졌다는 점도 김 의장이 해외 사업에 전념하게 된 계기다. 쿠팡은 지난해 전년 대비 매출이 94% 증가한 데 이어 올 1분기에도 전년 같은 기간보다 74% 늘어난 42억686만달러(약 4조734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상품 중개 수수료가 주력인 네이버를 제외하면 국내 e커머스 시장 1위다.

이번 인사를 기점으로 ‘쿠팡그룹’의 해외 진출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쿠팡의 미래를 가늠하려면 ‘동남쪽에 주목하라’는 말이 회자될 정도”라며 “대만, 말레이시아 진출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대만의 e커머스 시장은 피씨홈(대만)과 쇼피(싱가포르)가 과점하고 있다. 아마존의 미진출 지역이고, 알리바바는 존재감이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로켓배송’을 위한 필수 조건인 도로 등 교통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는 데다 소득 수준도 높아 쿠팡의 주요 상륙지로 거론된다.

말레이시아 진출도 조만간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쿠팡은 이미 싱가포르에 아시아홀딩스를 설립하고, 현지에서 최고운영책임자 등 ‘C레벨’급 임원을 비롯해 물류·마케팅·정보기술(IT) 부문 등에서 인력을 대거 채용 중이다. 유통업체 관계자는 “싱가포르가 작은 도시 국가라는 점을 감안하면 쿠팡의 최종 목적지는 인근에 있는 말레이시아와 자카르타 등 인도네시아 대도시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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