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은행감독기구인 바젤은행감독위원회가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를 최고의 위험자산으로 분류하면서 투자액 이상의 자본금을 쌓으라고 제안했다. 은행들에 사실상 암호화폐에 투자하지 말라고 지시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11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바젤위원회는 이날 은행이 암호화폐와 암호화폐를 기초자산으로 만든 상장지수펀드(ETF) 등에 투자할 경우 투자액의 1250%에 달하는 위험 가중치를 부여할 것을 제안했다고 발표했다.

비트코인에 100원을 투자했다면 위험 가중치 1250%를 곱했을 때 1250원이 된다. 1250원에 국제결제은행(BIS)이 은행에 제시한 BIS 비율(8%) 최저치를 곱하면 100원이다. 최소한 암호화폐 투자액만큼 자본금을 더 쌓으라는 뜻이다.

한국은 BIS 비율 10.5% 규제를 적용하고 있기 때문에 131원가량의 자본금을 마련해놔야 한다. 바젤위원회는 “암호화폐에 1250%의 위험 가중치를 부여하면 예금자나 다른 선순위 채권자들을 손실에 노출시키지 않고 암호화폐 위험(익스포저)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바젤위원회는 은행이 투자하는 자산별로 해당 자산이 갖는 위험 수준에 따라 위험 가중치를 부여한다. 위험한 만큼 자본금을 더 준비하라는 취지에서다. 암호화폐에 가장 높은 위험 가중치를 부여한 것이다. 바젤위원회는 “암호화폐는 금융시장을 불안정하게 하고 은행을 위험에 노출시킬 수 있는 만큼 은행이 암호화폐를 보유하려면 이런 위험에 견딜 수 있는 충분한 자본금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도입 배경을 설명했다.

다만 바젤위원회는 암호화폐와 달리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화폐(CBDC)에 대해선 이 같은 위험 가중치를 부과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바젤위원회는 오는 9월 10일까지 각계 의견을 수렴해 최종 권고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