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는 이제서야 진정한 경쟁을 시작했다.”

마크 필즈 전 포드 최고경영자(CEO)는 2일(현지시간) 미국 경제매체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전기차업계를 이끌었지만, (역설적으로) 이 때문에 상당한 압박을 받고 있다”며 이같이 진단했다. 그는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등 전통적인 자동차 대기업이 전기차 신제품을 발표하면서 시장점유율이 바뀌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존 車업체 반격에 뚝 떨어진 점유율

혁신 멈춘 테슬라 급제동…유럽선 폭스바겐, 中선 GM에 밀려
테슬라의 아성이 흔들리고 있다는 징후는 곳곳에서 포착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는 ‘넘을 수 없는 벽’이었지만, 최근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3일 크레디트스위스 등에 따르면 테슬라의 유럽 시장 점유율은 지난 3월 22%에서 4월 2%로 뚝 떨어졌다. 빈자리는 폭스바겐, 스텔란티스(피아트크라이슬러와 푸조시트로엥의 합작회사) 등이 차지하고 있다.

중국 시장 점유율도 19%에서 8%로 추락했다. 1위 GM(20%)과의 점유율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본거지 미국에서도 입지가 예전 같지 않다. 4월 미국 시장 점유율은 55%로, 3월(72%)에 비해 20%포인트 가까이 떨어졌다. 반면 GM, 포드, 폭스바겐 등 다른 브랜드의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모두 상승했다.

테슬라의 세계 시장 점유율이 동시다발적으로 추락한 것은 기존 완성차업체들이 반격에 나선 결과라는 분석이 많다. 폭스바겐과 GM, 포드, 현대자동차 등이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신형 전기차 모델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테슬라와의 격차를 확 좁혔다는 설명이다. 폭스바겐의 전용 플랫폼 전기차인 ID.3와 ID.4가 유럽 시장을 장악해가는 게 대표적 사례다.

잇단 리콜에 안전사고까지

테슬라 내부의 문제도 많다. 최근 테슬라 차량 관련 안전 및 품질 논란이 불거지면서 시장에서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테슬라는 이날 볼트 조임 불량으로 차량 약 6000대를 리콜하기로 했다. 2019~2021년 모델3와 2020~2021년 모델Y 중 일부다. 브레이크를 잡아주는 유압 장치인 브레이크 캘리퍼의 조임장치가 느슨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테슬라는 올 2월 터치스크린 오작동으로 13만5000대를, 지난해 중국에서는 노면 충격 흡수 장치인 서스펜션 결함으로 5만 대를 리콜했다.

테슬라의 일부 모델은 최근 미국 컨슈머리포트와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가 선정하는 최고 안전 등급 차량에서 빠지기도 했다. 테슬라가 북미 시장에 판매하는 모델3 및 모델Y에서 레이더 센서를 제거하겠다고 밝히면서다. 테슬라는 주행보조시스템인 오토파일럿을 구동할 때 카메라와 인공지능(AI)만 활용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업계에서는 “주행 안전성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토파일럿을 작동시킨 차량의 충돌사고가 이어지는 상황에 대처하는 테슬라 태도도 도마에 올랐다. 한 완성차업체 관계자는 “테슬라는 사고가 발생해도 ‘우리는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대응했다”며 “과거에는 이 같은 방식이 용납됐겠지만 이제는 아니다”고 꼬집었다.

혁신의 아이콘 지위도 ‘흔들’

예상하지 못한 악재들도 발생했다. 중국에서의 불매운동이 대표적이다. 지난 4월 열린 상하이모터쇼에서 테슬라 차주가 전시 차량에 올라 브레이크 문제를 주장하는 기습 시위를 벌인 게 발단이었다. 이후 중국 공산당 정법위원회가 테슬라를 ‘보이지 않는 살인자’라고 비판했고, 시장감독총국은 “품질 안전에 책임지라”고 요구했다. 결국 중국 내 불매운동이 벌어졌고, 판매량 급락으로 이어졌다.

테슬라가 ‘혁신의 아이콘’이라는 지위를 잃어가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지금까지는 오토파일럿, 무선업데이트(OTA), 전기차 전용 플랫폼 등 기존 업체가 생각하지 못한 기술을 선보였지만 최근엔 ‘테슬라만의 혁신’이 없다는 게 그 이유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출시할 세미트럭, 사이버트럭 등을 통해 혁신적인 기술을 보여주거나 다른 업체를 압도하는 배터리 기술력 등을 선보이지 않으면 테슬라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