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병으로 바뀐 카스, 맛도 달라진 건 기분 탓일까 [박종관 기자의 食코노미]
오비맥주는 지난 3월 간판 브랜드 ‘카스’(사진)의 병을 갈색에서 투명으로 바꿨다. 카스의 ‘변색’은 1994년 출시 후 27년 만이다. 소비자들의 반응은 두 가지로 엇갈리고 있다. “병이 예쁘다”와 “맛이 변했다”는 목소리가 동시에 나온다.

카스의 맛은 변했을까. 일단 카스의 병 색상이 바뀌면서 맥주를 제조하는 원재료가 변한 것은 사실이다. 맥주의 주재료 중 하나인 ‘홉’이 바뀌었다. 홉은 뽕나무과에 속하는 다년생 덩굴 식물의 꽃이다. 맥주의 씁쓸한 끝맛과 다채로운 향을 내는 역할을 한다. 맥주가 요리라면 양념 역할을 하는 재료가 홉이다. 갈색병 카스에는 홉을 잘게 갈아 압축한 홉펠릿이 사용됐다.

문제는 홉펠릿이 직사광선에 장시간 노출되면 ‘일광취’라고 불리는 악취가 난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병맥주에 햇빛을 차단하는 효과가 있는 갈색병이 사용되는 이유다. 오비맥주는 카스를 투명병으로 바꾸면서 일광취가 나는 것을 막기 위해 홉펠릿을 뺐다. 대신 홉의 분자구조를 화학적으로 변형한 변성홉추출물의 첨가 비중을 높였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맥주의 맛과 향을 결정하는 역할을 하는 원재료가 변했기 때문에 당연히 맛도 변할 수밖에 없다”며 “미각이 민감한 소비자 사이에선 ‘카스의 맛이 조금 싱거워졌다’는 반응이 나온다”고 말했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투명병 카스를 출시하기 전 수차례 블라인드 테스트를 거쳐 맛에 거의 차이가 없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