팰리세이드 주고 코발트 받고?…현대차의 콩고 전략 [김일규의 네 바퀴]
"미국, 유럽 자동차 업체들이 코발트를 확보하지 않으면 향후 중국에 뒤처질 것이다."

세계 최대 배터리 금속 생산업체 글렌코어의 최고경영자(CEO) 이반 글라센버그의 최근 경고다.

25일 외신 등에 따르면 글라센버그는 "중국 자동차 기업들이 공급망 취약성을 인식하고 콩고민주공화국(DRC)에서 대량의 코발트를 선점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글라센버그의 경고는 글로벌 반도체 품귀 현상으로 지난 6개월 새 코발트 가격이 50% 급등한 데 따른 것이다.

구리, 니켈 광산의 부산물로 생산되는 코발트의 연간 세계 생산량은 13만t 정도다. 이 중 60% 이상이 아프리카 최빈국 콩고에서 생산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은 이미 콩고 코발트 생산량의 40% 정도를 지배하고 있다.

코발트는 199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스마트폰 열기에 2000년대 이후 친환경차 바람이 더해지면서 배터리 양극 소재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글로벌 기업들의 러브콜이 끊이지 않자 콩고는 ‘하얀 석유’로 불리는 코발트를 무기화하고 있다.

한국 또한 콩고산 코발트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러나 중국의 선제적 투자가 장벽이 되면서 우회 경로를 탐색했는데, 그 중심은 콩고 정부와의 활발한 교류를 위한 사회간접시설 투자였다.

이런 가운데 최근 현대자동차가 콩고 정부에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팰리세이드 500대를 공급한다는 소식을 내놨다. 지난 15일 평택항에서 콩고로 수출되는 팰리세이드 500대 중 1차 분 250대를 선적했다. 나머지 250대에 대한 2차 선적은 이달 말 진행된다.

현대차의 팰리세이드가 도요타의 랜드크루저를 입찰에서 꺾었다는 점이 우선 눈에 띈다. 더 흥미로운 점은 이들 차량이 콩고 대통령 집무실 및 장·차관급 고위 공직자의 업무용 차량, 외교부 의전 차량 등으로 이용될 예정이라는 점이다. 현대차가 자동차를 주고, 코발트를 받을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현대차는 물론 코발트와 무관하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현대차가 향후 전기차 배터리 내재화를 선언한 점, 전 세계가 전기차 확대 경쟁을 펼치면서 배터리 소재 확보가 갈수록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는 점 등에서 의미 있는 수출 계약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현대차는 앞서 입찰에서 팰리세이드의 높은 상품성은 물론 정부 공급 차량에 대한 전담 사후관리(AS) 조직 구축, 보증 기간 연장 등을 제시해 대규모 물량을 따낼 수 있었다. 향후 AS 등을 통해 콩고 정부와 더 끈끈한 관계를 맺는다면 여러 측면에서 긍정적인 것은 분명하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