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미국상공회의소(암참)는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최근 청와대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을 건의하는 서신을 보냈다고 20일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21일(한국시간 22일 새벽)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을 한다. 암참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반도체 관련 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정상회담 경제사절단으로 초대받았는데 투자결정권이 있는 오너가 갈 수 없는 상황”이라며 “정상회담이 끝난 뒤 후속조치까지 고려해 사면을 건의했다”고 말했다. 반도체 투자와 관련해 실질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협상 상대방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청와대를 수신인으로 한 서한에는 “삼성전자가 바이든 행정부에 협력하지 않으면 한국이 미국의 전략적 파트너로서 위상도 위협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암참은 “이번 건의에 정치적 의도가 담긴 것은 전혀 아니다”고 강조했다.

제임스 김 암참 회장은 이와 관련, 파이낸셜타임스(FT)에 “삼성에서 가장 중요한 임원(이재용 부회장) 사면은 미국과 한국에 최선의 경제적 이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달과 이달 20일 열린 두 차례의 정부 주도 반도체 회의에 삼성전자를 모두 초청했다. 삼성전자의 미국 내 반도체 투자 확대를 압박하는 것이라는 해석이다.

삼성전자는 국내와 미국에 반도체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국내에선 2030년 시스템반도체 세계 1위 목표에 따라 133조원을 투자하려던 계획을 수정해 총 171조원을 쏟아붓기로 했다. 미국 내엔 텍사스주 오스틴에 파운드리 공장이 있는데 한·미 정상회담 이후 20조원 규모의 투자안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문 대통령은 이달 10일 취임 4주년 특별연설 후 기자 질의응답에서 이 부회장 사면에 대해 “대통령의 권한이라고 하지만 대통령이 결코 마음대로 쉽게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며 “충분히 국민의 많은 의견을 들어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