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원 없이 수율로 수익성 짜낸 韓 반도체 기업
삼성전자 등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수익성은 경쟁국과 대등한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상대적으로 무거운 법인세 부담에도 기술력과 높은 수율(전체 생산품에서 양품 비율)을 통해 불리한 경쟁 조건을 극복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1일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반도체 기업(S&P캐피털IQ 반도체 업종 소속)의 총이익에서 법인세지출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10.8%를 기록했다. 이는 대만(8.4%), 중국(5.1%), 미국(3.7%) 등 경쟁국 대비 높은 수준이다. 2018~2019년에도 한국 기업들의 법인세 비중은 각각 16.3%, 9.8%로 경쟁국보다 최대 5~15%포인트 높았다.

이는 무엇보다 한국의 법인세율(최고 25%)이 미국(21%) 대만(20%)보다 높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시설투자 등에 대한 세제 지원은 초라한 수준이다. 시설투자세액 공제가 대표적이다.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르면 대기업의 시설투자세액 공제는 기본 1%다. 올해부터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 지능형 마이크로 센서 등 ‘신성장기술 분야’ 시설 투자에 대해 공제율을 3%로 올렸지만 미국, 유럽연합(EU)에 비해선 ‘새 발의 피’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과중한 세금, 기업 규제 법안 등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한국 반도체 기업의 수익성은 경쟁국 대비 높은 수준으로 평가된다. 매출에서 총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을 뜻하는 ‘매출총이익률’을 놓고 보면 지난해 한국 기업은 36.8%를 기록했다. 이는 미국(53.0%)보다 낮지만 대만(35.5%), 일본(35.1%), 중국(28.5%)보다 높다.

업계에선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치열한 기술 개발과 세계 최고 수준의 공정관리 능력을 바탕으로 수율을 높여 30%대 이익률을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연간 낸드플래시 가격이 9.4% 떨어진 2019년 불황기에도 세계 메모리 업체 중 유일하게 낸드 사업에서 적자를 피했다. 경쟁사 대비 5~10%포인트 높은 수율을 바탕으로 수익성을 끌어올린 영향으로 분석된다.

일각에서 이 같은 ‘초격차’가 언제까지 유지될지 장담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만과 중국 기업들이 수익성을 높이며 한국 기업들을 추격하고 있어서다. 대만 기업들의 지난해 평균 순이익률은 반도체 슈퍼호황기로 불린 2018년보다 3.2%포인트 올랐고, 중국 역시 2018년 22.6%에서 2020년 28.5%로 5.9%포인트 상승했다.

황정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