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기대인플레이션율(앞으로의 기대 심리를 반영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013년 후 최고치로 치솟았다. 각종 물가 지표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미국 중앙은행(Fed) 통화정책이 긴축적으로 선회할 것이라는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 Fed의 통화정책 변화 전망에 따라 미국 회사채 시장이 경색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11일 미국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경제통계(FRED)에 따르면 10년 기대 인플레이션율(BEI)은 지난 10일 2.54%로 전 거래일보다 0.05%포인트 상승했다. 시장 참여자들이 앞으로 10년 동안 평균 2.5%대를 넘어서는 물가상승률을 예상한다는 뜻이다. 지난 10일 BEI는 지난 2013년 3월18일(2.56%) 후 가장 높았다. BEI는 코로나19 공포로 금융시장이 출렁이던 지난해 3월19일 0.5%로 떨어졌지만 올들어 2%대로 올라선 후 오름세를 이어갔다.

기대인플레이션은 물론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발표한 4월 기대인플레이션은 3.4%로 집계됐다. 2013년 9월 조사 이후 최고치다. 1300가구를 대상으로 진행한 이 기대인플레이션은 앞으로 1년 동안의 평균 물가 기대치를 나타낸다.

지난 3월의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6%로 2018년 8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 회복속도가 빨라지면서 가계 소비심리가 살아나고 그만큼 씀씀이가 늘어난 결과다. 국제통화기금(IMF)과 무디스는 올해 미국의 민간소비 증가율을 각각 6.1%, 6.8%로 내다봤다. 민간소비 증가율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오일쇼크 직후인 1972년(6.1%) 수준을 웃돌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기대 인플레이션이 치솟으면서 명목 시장금리(실질 시장금리에 기대 인플레이션을 얹은 금리)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 뉴욕사무소는 7일 발간한 '최근의 미국경제 상황과 평가'에서 "예상밖 인플레이션 등으로 Fed의 통화정책의 조기 정상화 우려가 확산되며 미 국채 금리가 추가 급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시장금리 급등이 회사채 시장 경색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도 덧붙였다. 한은은 "Fed 반등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면 시장금리가 급등할 것"이라며 "투기등급 회사채를 비롯한 고위험 자산시장의 경색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회사채 금리가 오름세를 보이면 금융회사·기업의 돈줄이 막힌다. 그만큼 이들 회사의 신용 위험이 커지고 기관투자가들도 움츠러들게 된다. 움츠러든 기관이 채권 매입을 꺼리면서 신용 리스크는 더 확산된다. 지난해 코로나19 직후 위험자산 선호도가 약화되면서 국내 회사채·기업어음(CP) 금리가 치솟으면서 신용 리스크가 퍼진 바 있다. 이 같은 위기가 미국에서 재연될 수 있다는 경고인 것이다.

김익환 기자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