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국내에서 10년 넘게 PEF업무를 해왔지만 이렇게 어려운 거래는 처음봅니다"(A 글로벌 PEF 관계자)
"볼수록 매력이 넘치는 매물들도 있는데…요기요는 알면 알수록 의사결정이 어려울 것 같습니다"(B 글로벌 PEF 대표)

요기요(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 매각이 지난 4일 예비입찰을 시작으로 본격화됐지만 PEF들의 반응은 신통치 않습니다. 내로라하는 글로벌 PEF들이 참여하면서 외견상으론 흥행 성공한 분위기지만, 각 후보들은 이 열기가 본입찰까지 이어질지 의문이란 반응입니다.

공통적으로 꼽는 핵심 문제는 요기요 인수 이후 배달원 배차·음식점 배열·빅데이터 활용 등 복잡다단한 IT솔루션을 어떻게 구축할지입니다. 현재 요기요는 독일 딜리버리히어로 본사에 일정정도 사용료를 내고 주문 배치 등 IT솔루션을 활용 중입니다. 문제는 매각과 동시에 해당 솔루션은 '남의 회사'의 핵심 기술이 된다는 것이죠.

예를 들어 요기요는 지난해 7월 딜리버리히어로가 개발한 글로벌 AI솔루션 '허리어(Hurrier)'를 통해 '요기요 익스프레스'를 운영을 시작했습니다. 당시 배포한 보도자료에서도 요기요 측은 "이미 글로벌에서도 검증된 딜리버리 서비스에 최적화된 AI 기술을 적용한 배차 시스템 도입으로 배차 경쟁이 치열한 기존의 ‘전투콜’ 방식 대신 현재 동선에서 가장 적합한 주문을 안전 배차하는 방식을 채택했다"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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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번 매각 대상이 어디까지나 요기요를 보유한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 지분 100%이다보니 본사가 보유한 해당 솔루션이 같이 매각되는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최악의 경우 요기요를 먹여살리고 있는 주요 서비스인 '요기요 익스프레스'를 중단해야 할 상황에 처할 수 있는 셈이죠. PEF입장에선 인수 이후 이같은 솔루션을 자체적으로 다시 구축하는 비용이 가늠조차 안되는 상황입니다. 요기요가 눈에 보이는 생산설비를 보유한 회사도 아니다보니 해당 알고리즘이 사실상 경쟁력을 좌우하는 셈인데요. 이를 구축하는 데도 "차라리 창업하는 수준으로 비용이 들 것이란" 불만이 나오는 이유죠.

물론 인수 과정에서 계약서에 선결조건으로 '매각 이후 향후 수년간 딜리버리히어로로부터 운영을 위한 IT서비스 제공받는다'같은 조건을 걸 수 있겠지만, 문제는 이것도 본질적인 해결책이 아니란 점입니다. 예를들어 딜리버리히어로 본사의 서비스를 계속 사용할 경우, 매각 이후에도 요기요의 주문정보가 딜리버리히어로 본사에 차곡차곡 쌓일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어느날 요기요에서 마포구 특정 지역에 저녁 8시경 갑자기 치킨 주문이 몰리기 시작한다면, 딜리버리히어로 측은 해당 데이터를 보고 배달의민족을 통해 쿠폰을 투하해 주문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 기업가치에 미칠 영향이 막대하다보니 각 후보들도 매각 측에 문의하고 있지만 '묵묵부답'입니다. 써낸 가격에 구속력이 따로 없는 예비입찰에서야 빠르게 회사 상황을 검토한 후 제안서를 제출할 수 있지만, 본격적으로 가격 논의가 오가는 본입찰에선 무시할 수 없는 고민요인이 될 수 있죠. 이 때문에 1조원 중반을 받아내도 매각 측 입장에선 '대박'이란 관전평도 나옵니다. 일부 PEF는 1조원이 채 안되는 가격을 예비입찰에 적어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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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 유형자산이 전무한 회사다보니 금융권 '대출'이 막혀있는 점도 고민 요소입니다. PEF들은 통상 인수금액 절반 정도를 금융권에서 인수금융으로 조달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펴는 데, 딜에 목말라있는 금융권에서도 요기요는 도저히 대출승인이 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쿠팡이츠의 성장세도 물론 후보들의 관심사입니다. 애초 한 글로벌PEF는 배달의 민족과 쿠팡이츠 간 비용경쟁이 과열되면 그 사이에서 오히려 요기요의 생존방법을 찾을 수 있다 자신했지만 결국 입찰 참여를 안하는 방향으로 결정했습니다. 다른 기업이었으면 투하할 자본이 예상이 될 텐데, '쿠팡'의 맷집(?)은 정말 가늠조차 할 수 없었다는 푸념도 나옵니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