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이 연세대, IBS컨설팅 등과 공동 개발한 ESG 평가 모델 지표는 150여 개에 달한다. 한국의 법과 제도, 문화뿐 아니라 사회적 현안도 평가에 반영한다. 평가 기업이 어떤 업종에 속해 있는지에 따라 지표의 가중치도 다르게 가져간다. 단순히 외부 규제에 대응하기보다 연구개발(R&D) 등 자발적으로 ESG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기업이 점수를 잘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런 기업이 ESG 성과를 수익으로 연결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본 것이다.
韓기업 상황에 딱 맞춘 '한국형 ESG 첫 모델'
올 하반기 민간기업 평가 때 활용하는 지표는 환경(E) 55개, 사회(S) 29개, 지배구조(G) 28개다. 여기에 부문별로 ‘사회적 논란(controversies)’에 해당하는 지표 34개를 합해 총 146종류의 데이터를 활용한다. 국내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이슈를 부문별 평가에 반영하기 위해서다. 예컨대 환경 부문에서는 화학물질·유독가스·독극물 누출, 사회 부문에서는 산업재해 등을 반영하는 방식이다. 한국적 특성을 고려해 기업이 낸 기부금 등을 S부문 평가에 반영한 것도 남다른 점이다.

한경의 평가 모델은 다른 기관과 비교해 E와 S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 기업이 ESG 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를 평가하겠다는 의도에서다. 한국에서 G는 기업들이 지켜야 할 기준선을 법률로 정해 놓는 경우가 많다.

업종별 특성에 따라 평가 기준을 다르게 적용한다는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민간기업은 제조·금융·식품 등 산업별 특성을 감안해 기준을 차등화한다. 공기업은 정규직 전환율, 청년 고용 실적, 장애인 고용, 이익 및 성과 공유 등 동반성장 지표를 추가로 평가한다.

이명환 IBS컨설팅 대표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등 현재 널리 쓰이고 있는 글로벌 ESG 평가 모델만으로 측정이 어려운 한국 기업의 특수성을 반영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며 “한경과 연세대, IBS컨설팅이 만든 ESG 평가 모델이 주요 기업의 ESG 경영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2019년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이번 조사는 한경 ESG 모델을 테스트하기 위해 기획됐다. 업종별로 글로벌 최우수 기업과 비교할 때 국내 기업의 ESG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평가하는 방식으로 등급을 산출했다. 평가 기업의 데이터는 지속가능보고서, 사업보고서 등 공개된 자료를 바탕으로 했다. 향후 정식 평가에서는 보고서 등에 공개되지 않은 일부 데이터를 개별 기업으로부터 받아 반영할 계획이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