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정부 지원의지 진정성 보이려면
업계 건의사항 신속 실행 나서야"

박신영 산업부 기자
"美·中은 투자계획 다 세웠는데…산업부 뒤늦게 면피성 회의"

“반도체 대란이 터진 지 언젠데….”

9일 열린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반도체산업협회 회장단 간 간담회를 지켜본 업계 관계자는 “건의를 받겠다는 건 고무적인데 늦은 감이 있다”는 반응을 내놨다. 그간 업체들은 미국과 중국, 유럽연합(EU)의 반도체 글로벌 패권 전쟁을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지켜봤다. 그는 “해외 경쟁사들이 자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기술과 생산량 격차를 벌리려는 투지를 불태우고 있다”며 “업계 애로를 듣기 위한 자리를 만든 것 자체에 의미를 둔다”고 말했다.

하지만 속내는 여전히 불안하다. 우선 ‘속도전’에서 뒤처졌다. 중국과 미국은 ‘반도체 자립’을 국가 안보 이슈로 설정해 구체적인 투자 규모와 실행 계획까지 마련했지만 한국 정부는 그동안 “민간이 할 일”이라며 ‘강 건너 불 구경’하듯 해왔다.

미국과 중국은 2~3년 전부터 반도체를 둘러싼 외교·통상 전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은 2018년 중국 푸젠진화반도체에 미국의 장비 수출을 금지했다. 2019년엔 중국 기업 화웨이를 블랙리스트에 포함해 미국에 반도체 수출을 막았다. 중국 정부는 반도체 국산화를 위해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업체 SMIC를 전폭 지원 중이다. 이 과정에서 한국 기업은 ‘고래싸움에 낀 새우’였다.

미국 백악관이 12일(현지시간) 반도체 긴급대책회의를 연다는 소식에 부랴부랴 간담회를 연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반도체를 둘러싼 각국 정부 차원의 경쟁이 격화된 지 오래인데 그간엔 기업들에 내맡겨 놨다가 이제야 ‘면피용’ 회의를 열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도체인력 양성도 그간 숱하게 건의했지만 ‘대답 없는 메아리’였다. 반도체 전문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업체 간 인재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을 정도다. 업체들은 반도체 관련 학과를 대상으로 채용설명회를 열고 우수한 인력 선점에 나섰다. 연구인력은 기업 내부에서 전문가로 키우기까지 3~4년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신입생들에게도 기업 채용홍보를 벌이는 중이다.

정부의 진정성은 반도체 업계의 건의사항을 얼마나 신속하게 들어주느냐에 따라 가늠될 수 있다. 성 장관이 이날 반도체 공급망 확대방안을 적극 검토해달라고 업계에 요청했지만 이 또한 정부의 지원 없이는 이뤄지기 힘들다. 산업부가 세액공제 확대와 반도체 인력 양성 등을 위해 국회를 설득하고 관련 부처를 뛰어다녀야 한다는 게 업계 요청이다. 한 반도체 업체 임원은 “건의사항 가운데 주요국 통상·정책동향 관련 정보 공유는 당장 실행할 수 있는 일”이라며 “산업부의 실행력이 중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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