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평택시 쌍용자동차 본사 전경. 사진=연합뉴스

경기도 평택시 쌍용자동차 본사 전경. 사진=연합뉴스

쌍용자동차가 9년 만에 다시 벼랑끝이다.새 주인으로 기대를 모았던 미국 HAAH오토모티브가 기한내(3월말)에 투자의향서(LOI)를 내지 않아 기업회생절차 돌입이 임박했다. 상징성이 큰 사업장인 탓에 법원도 백방으로 노력하고 기다려왔지만 회생절차 돌입 외의 다른 선택지가 말라버린 상황이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서도 회생절차가 불가피하다는 기류다. 4·7 재·보궐선거가 끝난 뒤인 오는 8∼10일께 회생절차 돌입이 예상되고 있다.

5000여 임직원은 물론이고 협력사 가족을 합쳐 약 64만여 명이 다시 생계를 위협받는 처지에 몰렸다. 2009년 당시 대주주 상하이차가 법정관리를 신청하고, 노조가 ‘옥쇄 파업’으로 맞섰던 쌍용차 사태의 아픈 기억을 떠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서울회생법원은 기업 회생 절차 돌입 후에도 가능하면 조기 졸업시키겠다는 입장이다. 보통 회생계획안 제출에만 4개월 이상, 회생 종결까지 1년 이상이 소요되지만 기간을 최대한 단축해 조기정상화하는 방안을 적극모색하겠다는 것이다.

법원이 회생 절차 개시를 결정하면 쌍용차는 회생채권의 탕감 비율 등을 포함한 회생계획안을 제출하게 된다. 여기에 채권단이 동의하면 회생계획안이 인가되고 그렇지 않으면 바로 파산 수순을 밟을 수도 있다. 파산시 쌍용차 임직원과 협력업체 일반구매업체 등 직접적인 실업자만 2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돼 사회적 경제적 충격파가 상당할 전망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회생계획이 통과돼 쌍용차가 몸집을 줄일 경우 인수하겠다는 국내기업이 서너곳 있다는 점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법정관리 초읽기에 들어간 쌍용자동차에 대해 "회생절차(법정관리) 간다고 다 망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재기 기회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단 명심해야할 전제가 있다. 지금 단계에서는 냉정한 자본의 논리를 중시해야 시장의 냉혹함을 견뎌내고 지속적으로 생존이 가능한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이다.

쌍용차가 지난해 말 회생신청을 한 이후에 HAAH오토모티브에 휘둘리며 바로 법정관리에 들어가지 않은 탓에 추가된 회생채권규모만 2900억원으로 알려진다. 막판까지 정치적 사회적 고려에 집착하다 회생을 더 힘들게 만들었다는 비판이 불가피하다.

제일 중요한 건 정치권 입김을 차단하는 일이다. 2018년 쌍용차는 실적 부진 속에서도 쌍용차 사태 9년 만에 해고자를 전원복직시켰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인도 방문 당시 마힌드라쌍용차 회장을 만나 해고자 복직을 압박했고, 일자리위원회와 경제사회노동위원회까지 나섰다. 이 과정에서 거대 귀족 노동단체들의 입김이 작용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렇게 해서 마지막 남은 해고자 46명까지 전원 복직했지만 일감이 없어 현장에 배치되지도 못하는 촌극이 빚어졌다. 2009년 인도 마힌드라그룹을 대주주로 맞은 후 15분기 내리 적자 행진에다, 이렇다할 신차도 없어 르노삼성과 한국GM에도 시장점유율이 밀린 상태에서 단행된 기막힌 역주행이었다.

2019년 말 기준 5003명이던 직원수는 작년 말 이미 4869명으로 줄었다. 올들어서도 퇴사가 잇따르고 있다. 법정관리가 시작되면 또 대규모 인적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 2009년 법정관리 때는 임직원의 30%가 넘는 2000여명이 정리해고 됐다. 하지만 이번에도 덜어낼 것은 덜어낼 수밖에 없다. 그래야 새로운 인수자가 나타나는 게 시장의 작동방식임을 보여준 당사자가 바로 쌍용차 자신이다.

쌍용차의 실패는 노사·채권단, 정부·정치권이 모두 11년 전 수준에서 한 발짝도 전진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가장 걱정스러운 대목이 역시 정치적 해법의 과잉이다. 정부 간섭과 거대 노조 눈치보기에 휘둘리지 않고 일찌기 몸집 줄이기에 들어가고 살길을 모색했다면 쌍용차는 지금쯤 탄탄한 회사도 재탄생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내연기관차가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대전환기에 ‘좀비기업’에 대한 '묻지마 지원'은 수많은 성실한 기업들의 기회를 뺏는 불공정이기도 하다.

쌍용차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그룹은 정치와 '민심'이 압도하는 한국적 의사결정구조의 약점을 꿰뚫고 정부와 산업은행의 뒤통수를 쳐 온지 오래다. ‘대주주가 희생한 만큼 지원한다’는 구조조정 원칙도 반드시 지켜져야한다. ‘고용과 지역경제를 살려야 한다’면서 실상은 표계산에 바쁜 정치와 거대노조의 야합, 그 틈을 파고드는 외국자본의 생떼에서 이제는 벗어나냐 한다.

백광엽 논설위원 kecor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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