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택스매싱이 닌텐도 '게임보이' 개조 과정을 설명하는 모습.
스택스매싱이 닌텐도 '게임보이' 개조 과정을 설명하는 모습.
정보기술(IT) 유튜버 스택스매싱은 지난 28일 추억의 닌텐도 게임기 '게임보이'로 비트코인(BTC)을 채굴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그는 1989년 출시된 게임보이 초기 모델을 개조해 비트코인 네트워크에 연결했다.

원래 이 제품은 인터넷에 접속할 수 없는 8비트 게임기다. 스택스매싱은 초소형 컴퓨터 '라즈베리 파이'와 케이블을 붙이는 등 만만찮은 과정을 거쳐 '해킹'에 성공했다.

일반적으로 암호화폐 채굴에는 고성능 그래픽카드를 꽂은 최신 컴퓨터들이 동원된다. 하지만 AA 건전지 4개로 돌아가는 구닥다리 게임기로도 '노다지'를 캘 수 있다는 것이 입증됐다.
'게임보이'가 비트코인 채굴을 시작한 모습.
'게임보이'가 비트코인 채굴을 시작한 모습.

속도는 꽝…"1BTC 얻으려면 수천조년 걸려"

비트코인은 컴퓨터로 복잡한 연산을 수행한 대가로 지급받을 수 있는데, 마치 광산에서 귀금속을 캐는 것과 비슷하다고 해서 채굴이라 부른다.

스택스매싱은 "일론 머스크가 비트코인으로 테슬라를 살 수 있다고 해서 다시 채굴에 뛰어들려 했는데, 그래픽카드가 동나 구할 수가 없었다"며 "내가 갖고 있는 고급 게임기를 써먹어보기로 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딱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속도다. 전문 업자들이 쓰는 채굴기는 초당 100테라해시를 실행하지만, 그가 개조한 게임보이는 초당 0.8해시를 처리했다. 성능이 1250억배 차이난다는 뜻이다.

외신들은 "게임보이로 비트코인 1개를 얻으려면 수천조년이 걸린다"고 보도했다. IT매체 씨넷은 "썩 실용적이진 않지만 실제 작동한다는 사실이 꽤나 인상적"이라고 했다.
게임기를 비트코인 네트워크에 연결하는 방식을 설명하는 장면.
게임기를 비트코인 네트워크에 연결하는 방식을 설명하는 장면.

"숫자 계산만 되면 어떤 컴퓨터든 채굴 가능"

비트코인 채굴기로 개조된 1970년대 컴퓨터 '제록스 알토'.
비트코인 채굴기로 개조된 1970년대 컴퓨터 '제록스 알토'.
낡은 IT 기기를 비트코인 채굴기로 탈바꿈하는 것이 'IT 덕후'들에게는 일종의 놀이인 것 같다.

켄 쉬리프라는 이름의 엔지니어는 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GUI)를 지원한 최초의 컴퓨터인 1973년산 '제록스 알토'로 비트코인 채굴에 성공한 적이 있다. 이 컴퓨터의 처리속도 역시 초당 1.5해시로 매우 더딘 편이다. 그는 "이 컴퓨터로 비트코인 1개를 채굴하는 데는 우주의 역사보다 5000배 긴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쉬리프는 1960년대 중반 기업용 컴퓨터로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IBM 1401', 1980년대 가정용 게임기 '닌텐도 엔터테인먼트 시스템' 등으로 비트코인을 채굴하기도 했다.

만든 사람도 알고, 보는 사람도 안다. 재밌자고 해 본 일이라는 것을.
'IBM 1401'로 비트코인을 채굴하는 데 쓰인 구멍 뚫린 카드들.
'IBM 1401'로 비트코인을 채굴하는 데 쓰인 구멍 뚫린 카드들.
비트코인닷컴은 "약간의 기발한 아이디어만 있다면 '숫자를 계산할 수 있는 모든 것'으로 비트코인 채굴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