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조선 완벽 부활…삼성중공업, 3조 '잭팟'
삼성중공업이 초대형 컨테이너선 20척을 한꺼번에 수주하는 ‘잭팟’을 터뜨렸다. 단일 선박 건조 계약으로는 세계 조선업 사상 최대 규모의 신기록이다.

삼성중공업은 26일 대만 해운사 에버그린에서 1만5000TEU급(1TEU=길이 20피트 컨테이너 1개) 컨테이너선 20척을 2조8000억원에 수주했다고 밝혔다. 이는 중형 자동차 10만 대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현대중공업도 이날 컨테이너선 5척을 수주했다. 한국 조선사들이 중국 일본을 제치고 연초부터 세계에서 발주되는 선박을 쓸어담으며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중공업은 이날 계약으로 올 들어 42척, 51억달러(약 5조7000억원)어치를 수주했다. 1분기가 채 끝나지 않았는데 올해 목표수주액(78억달러)의 65%, 3분의 2를 달성했다. 수주 잔액은 258억달러로 5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현대중공업그룹 대우조선해양의 수주 실적도 예사롭지 않다. 현대중공업은 이날 수주로 연간 목표의 30%를 넘어섰다. 대우조선해양도 목표 수주액의 20%를 채웠다. 통상 선박 발주가 하반기에 몰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란 평가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호황기를 떠올리게 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국내 조선사들의 수주 랠리는 글로벌 경기 회복과 맞물려 글로벌 선박 발주량이 크게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영국 시장조사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 들어 이달 18일까지 세계 선박 발주량은 810만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세계적인 환경규제 강화로 한국이 강점을 지닌 액화천연가스(LNG) 추진 방식이 컨테이너선과 유조선 등으로 확산된 것도 유리하게 작용했다.

정진택 삼성중공업 사장은 “LNG 추진선, 해양플랜트 분야의 확고한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수주 목표 달성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미래 시장 선점을 위한 친환경, 신제품 개발에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