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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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석유화학은 이상한 회사다. 실적이 급격히 좋아지고 주가도 오르고 있는데, “경영을 잘 못 한다”며 공격 당했다. 공격하는 쪽은 박철완 상무, 수비하는 쪽은 그의 숙부 박찬구 회장이다. 박 상무는 자신이 경영을 하면 숙부보다 더 잘 할 수 있다고 한다.

더 이상한 건 주가다. 다툼이 났는데 주가는 지난 1월말 고점 대비 약 20%나 떨어졌다. 분쟁이 주가에 ‘재료’로 작용하지 못했다. 대한항공 분쟁 때 3~4배나 급등했던 것과 달랐다. 양측이 서로 배당을 늘리고, 투명 경영을 하며, 신규 사업을 벌어겠다는 ‘주주 표퓰리즘’ 공약을 내걸었는 데도 그렇다.

설명이 잘 안 되는 이 현상에 대한 업계 해석은 이렇다. 우선 공격의 타이밍. 공격 당하기 전 금호석유화학은 잘 나가고 있었다. 작년 4분기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거뒀다. 4분기 기록한 2751억원의 영업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약 18배나 많은 것이다. 라텍스 장갑 원료인 NB라텍스 판매로 ‘떼돈’을 벌었다. 주가도 작년 3월 중순 4만원대 후반 하던 것이 올 초 20만원에 육박했다. 10개월 만에 4배나 올랐다. 분쟁은 주가를 밀어 올리는 데 기여하지 못했다.

박 상무에 대한 의구심도 있었다. 그가 타깃으로 한 박 회장은 현재 캐시카우가 된 NB라텍스 설비를 2017년 들였다. 타이어 소재에서 라텍스 장갑 소재로 갈아 탔다. 이게 ‘신의 한수’였다. 코로나 시대의 필수품이 된 라텍스 장갑이 대박을 친 것이다. ‘실력’이 아니라 ‘운’이 좋았다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회사나 주주에게 최선의 선택이 됐다. 반면 박 상무의 경영능력은 아직 미지수다. 지난 10여년 간 회사에 근무했으나 박 회장과 갈등만 빚다가 현재에 이르렀다. 그는 회사가 배터리, 수소, 바이오 등 신사업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분 경쟁이 벌어지지 않은 이유도 있다. 경영권 분쟁은 지난 1월말 터졌다. 양측이 주식을 더 사도 오는 26일 주주총회에 별 영향이 없다. 작년 12월말 기준으로 주식수가 계산된다. 박 회장 측은 주식을 사모은 대신, 기존 주주들 설득에 나섰다. 자신을 믿고 기회를 달라고 했다. 박 상무가 주식을 일부 더 사긴 했지만 그 양은 미미했다.

흥행이 잘 안 된 경영권 분쟁은 오는 26일 주총을 앞두고 있다. 캐스팅 보트를 쥔 2대주주 국민연금(지분 8.25%)은 박 회장 지지를 택했다. 분쟁은 의외로 싱겁게 끝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