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원 의원, '국민건강증진법 일부개정법률안' 발의 [이슈+]

▽ 당 함량에 따라 차등적으로 세금 부과
▽ 소비자 "세금이 국민건강증진에 쓰일지 의문"
▽ 업계 "제품 소비자 가격 인상될 가능성 높아"
서울시내 한 마트 음료 진열대에 음료가 진열돼있다./사진=이미경 기자

서울시내 한 마트 음료 진열대에 음료가 진열돼있다./사진=이미경 기자

국회에서 국민 건강증진을 이유로 '설탕세'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업계에서도 관련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소비자들은 국내 비만율이 높아지는 것을 고려하면 설탕세 도입과 관련한 논의가 일정 부분 필요하다면서도, 해당 세금의 사용처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음료업계는 세금 적용으로 제품 비용 상승 우려가 있다며 설탕세 도입을 우려하고 있다.
강병원 더불어민주장 의원, '국민건강증진법 일부개정법률안' 발의
23일 국회와 음료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당류가 들어간 음료를 제조·가공·수입하는 회사에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을 부과하는 내용의 '국민건강증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해당 법률안은 담배에만 부과하는 건강부담금을 당류 첨가 음료에도 적용해 관련 상품 판매·소비 감소와 대체음료 개발 등을 유도해 국민건강을 증진하겠다는 취지로 발의됐다.

발의안에 따르면 음료 100L당 당 함유량이 20kg을 초과하면 2만8000원, 100L당 당 함유량이 16~20kg면 2만원 등으로 당 함량에 따라 차등적으로 부담금을 물리는 방식이다. 개정안이 원안대로 통과되면 당 27g이 들어있는 코카콜라 1캔(250ml) 당 27.5원의 세금이 붙는 셈이다. 해당 음료를 100L로 환산하면 당이 10.8kg 들어있으며, 해당 구간에서는 1L당 110원의 세금이 붙기 때문이다.
음료업계 "설탕세 적용되면 소비자 가격 높아질 가능성"
사진=이마트 제공

사진=이마트 제공

음료업계는 국회 동향을 예의주시하면서도 세금으로 인해 소비자 가격이 인상되는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모양새다.

복수의 음료업계 관계자는 "설탕세가 적용되면 결국 소비자 가격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업체가 이득을 보는 게 아님에도 결국 비난의 화살은 업체를 향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일각에선 대체감미료를 이용한 저당 음료가 시중에 출시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굳이 설탕세를 매길 필요가 있겠느냐는 의견도 제기했다.

한 관계자는 "소비자 트렌드 자체가 저당 음료를 선호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며 "굳이 설탕세를 적용하지 않더라도 당을 줄이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데 굳이 세금을 적용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국내 저당 음료 시장은 점점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설탕 대신 대체감미료로 단맛을 낸 저열량·저당 음료 시장 규모는 2016년 903억원, 2017년 982억원, 2018년 1133억원, 2019년 1231억원, 2020년 1329억원으로 꾸준히 커졌다. 지난달 롯데칠성음료는 '칠성사이다 제로'를 출시했고, 한국코카콜라는 이달 스프라이트 음료의 제로 칼로리 버전인 스프라이트 제로를 출시했다.

설탕세 도입에 따라 소비자와 업계의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법안과 관련해 면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비만이 사회적 문제가 된다는 점에는 많은 소비자들이 공감하고 있다"며 "다만 비만을 유발하는 요인에는 설탕 외에 다양한 요인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과연 설탕세 적용이 국민 건강을 증진하는데 실효성 있게 작용할 수 있을지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며 "현재로서는 소비자 사이에서 공감대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소비자 "비만율 높아지는 건 알지만…굳이 세금을?"
국회에서 국민 건강증진을 이유로 '설탕세'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업계에서도 관련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

국회에서 국민 건강증진을 이유로 '설탕세'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업계에서도 관련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

소비자들은 국내 비만율을 고려하면 설탕세 도입이 논의될 법도 하지만 추가적인 세금에 대해선 부담스러워하는 모양새다.

회사원 정욱인 씨(31)는 "식단이 서구화되면서 비만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은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대체감미료나 당이 덜 들어간 음료를 개발하는 것을 지원해도 되는데 굳이 세금을 걷겠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우리나라 전체 성인 비만율은 34.6%다. 성인 세 명 중 한 명이 비만이라는 의미다. 성별로는 남성 42.8%, 여성 25.5%가 비만으로 분류된다. 2006년 11.6%에 불과했던 청소년 비만율도 2019년 25.8%로 증가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연간 비만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11조원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주부 백송화 씨(43)는 "설탕이 몸에 해롭다는 이유로 설탕세를 부과하는 거라면 짠 음식도 몸에 해로우니 '소금세'를 붙여야 하는 것 아니냐"며 "이렇게 걷은 세금이 제대로 국민건강증진에 쓰일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백 씨는 "누구 좋으라고 걷는 세금인지 의심스럽다"며 세금의 용도를 보다 명확히 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capital@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