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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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5일과 26일 잇따라 열리는 4대 금융지주 주주총회에서 임기 만료를 앞둔 사외이사 26명 가운데 22명이 재선임 후보로 추천된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사외이사들이 이사회 안건에서 대부분 찬성표를 던져왔다는 점에서 이사회의 ‘거수기’ 역할만 강화되리라는 예상이 나온다. 사외이사 중 최근 금융권의 최대 화두로 떠오른 디지털 및 정보기술(IT) 전문가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재선임 막힌 인물만 '교체'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지주의 정기주주총회가 오는 25일 개최되고, KB·하나·우리금융지주의 정기주총은 오는 26일 열릴 예정이다. 이번 4대 금융지주 주총에선 신한금융지주가 분기배당이 가능하도록 정관을 바꾸는 안건과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1년 연임이 확정되는 것 말고는 대형 이슈가 없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이번 주총을 계기로 새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곳도 신한금융과 하나금융 뿐이다. 신한금융의 신규 사외이사 후보자는 곽수근 서울대 명예교수, 배훈 오르비스 변호사, 이용국 서울대 교수, 최재붕 성균관대 교수 등 4명이다. 이용국, 최재붕 후보는 지난해 신한지주 유상증자에 참여해 주주가 된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어피니티에와 베어링PEA가 각각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금융이 새로 추천하는 사외이사는 권숙교 김앤장 고문과 박동문 코오롱인더스트리 대표다. KB금융과 우리금융은 이번에 임기가 끝나는 사외이사(각각 5명) 전원을 재추천했다.

금융지주사들은 사외이사의 교체가 적은 이유에 대해 코로나19 상황에서 ‘경영 안정’을 꾀하려는 의도가 강하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재주천된 사외이사 대부분이 재임 중 이사회 대부분의 안건에 찬성표 던져왔다는 점에서 ‘견제와 감시’라는 사외이사 고유의 역할이 퇴색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교체를 앞둔 4명의 사외이사들은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인 기업 사외이사의 6년 이상 재임을 막는 상법 시행령에 따라 더이상은 자리를 지킬 수 없다. 지난 3년간 4대 금융지주사 모두 회장 연임에 성공한 가운데 ‘현 리더’의 입맛에 맞는 사외이사 대부분이 계속 자리를 지키게 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디지털 전문가 ‘태부족’

사외이사진의 면면이 디지털을 중심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금융업 환경에 알맞지 않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KB금융과 우리금융 사외이사진들은 경영관리 재무 및 회계, 경제학·법학 교수 등으로 이뤄져 있다.

신한, 하나금융의 사외이사진 이력도 비슷하다. 그러나 신한금융은 이번에 디지털 및 융합 기술 전문가인 최재붕 후보를, 하나금융은 우리금융계열 금융·디지털 정보통신기술(ICT) 자회사인 우리FIS 대표를 지낸 권숙교 후보를 영입했다. 두 회사가 빅데이터, 인공지능(AI)과 금융의 융합이 시도되는 환경에서 이들의 활약을 기대한다고 강조하는 배경이다. 신한금융지주 사외이사 중에선 이번에 재선임 후보로 추천된 최경록 CYS 대표가 디지털 전문가로 분류된다. 일본 게이오기주쿠대의 정보기술센터 연구원으로 활동한 인물이다.

박창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은행 계열 금융지주사들은 기본적으로 사외이사진으로 경영·경제학과 교수진들과 원로급 인사들을 선호해왔다”며 “여성인재가 중시되고, 산업구조가 변화하는 환경에 맞게 후보진 풀을 평소에 관리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