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진정한 1등이냐"…판 커지는 편의점 혈투 [박동휘의 컨슈머 리포트]
지난해 편의점 3사(CU, GS25, 세븐일레븐)는 백화점 3사(롯데, 신세계, 현대)를 뛰어넘었다. 유통업계 첫 기록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동네 소비’가 그나마 덜 타격을 받은 덕분이었다. 32년 업력의 편의점이 백화점을 앞서게 된 또 다른 이유로는 GS25와 CU의 치열한 ‘1등 경쟁’이 꼽힌다.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며 편의점 전체 ‘판’을 키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 등에 따르면 CU의 작년말 점포수는 1만4923개로 집계됐다. 단순 매장수 기준으로 GS25(1만4688개)를 근소한 차이로 앞섰다. 2019년 1위를 뺏긴 지 1년 만에 ‘왕좌’를 탈환했다.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CU가 매장수를 1046개 늘리는 등 공격적으로 외형을 불린 영향이다. GS25의 매장 순증은 770개에 그쳤다.

편의점 ‘빅2’의 경쟁은 그야말로 엎치락 뒤치락을 반복하고 있다.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은 2019년 11월에 당시 1만3899개라고 점포수를 공개하며 CU(1만3820개)를 17년 만에 제쳤다고 발표한 바 있다.

총매출액 기준으로 보면 GS리테일이 업계 1위다. 지난해 6조9715억원을 거둬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 매출(6조1678억원)을 앞섰다. 이 분야에서 GS리테일이 1등을 놓친 적은 없다. 하지만 GS리테일 내부에선 2000년대 편의점이 대중화되던 때에 ‘내실 경영’에 치중하면서 전국 네트워크를 갖추는 데 소홀했다는 ‘반성’이 일었었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당시 패밀리마트)이 지방에 공격적으로 출점할 때 GS리테일은 편의점은 서울 등 대도시에 더 적합하다고 판단했었다”고 말했다. BGF리테일은 1993년 부산 해운대, 2001년엔 강릉 경포에 업계 첫 점포를 열었다. 2019년의 역전은 GS리테일의 절치부심에 따른 결과라는 얘기다.

지난해 GS리테일이 점포 확대에 소극적이었던 것은 GS홈쇼핑과의 합병을 위한 준비 작업과 편의점 대형화 추세에 따른 것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GS리테일은 올 7월 합병을 목표로 통합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편의점 매장을 배송 거점으로 활용하기 위해선 소형 점포 중심의 다출점 전략이 맞지 않다고 판단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GS리테일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운 환경에서 무리한 점포 출점을 지양하고 경영주와의 상생을 위한 우량점 육성이라는 출점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점포수보다는 고객 만족도 증대를 통한 내실중심의 성장에 집중한 결과”라고 덧붙였다. GS25는 세계적 권위의 유통 전문 고객 리서치 업체인 던험비코리아가 지난 2월 발표한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편의점’ 조사에서도 1위에 선정된바 있다.

편의점 전업사인 BGF리테일은 시골 구석까지 파고들어가는 ‘실핏줄’ 전략을 지속하고 있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코로나19가 확산될 때에 각 편의점들이 대규모 아파트 상가에 좋은 입지를 선점하기 위해 엄청나게 경쟁을 벌였다”며 “CU는 GS25가 포기한 곳들까지도 다시 한번 가능성을 점검해서 들어가곤 했다”고 말했다. 권역별 점유율(2019년 기준, 유진투자증권 자료)을 봐도, 각 사의 출점 전략을 알 수 있다. 수도권에선 GS25(35.5%)로 CU(33%)를 앞서고 있지만, 그 외 모든 권역에서 CU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위드(with) 코로나’에 대비한 두 회사의 성장 방향성도 확연하게 다르다. GS리테일은 편의점, 슈퍼마켓, 홈쇼핑, 온라인몰(GS샵) 등 온·오프라인을 통합한 경계없는 유통 채널을 구현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GS홈쇼핑과의 합병이 완료되면 신세계, 롯데쇼핑, 쿠팡, 네이버 쇼핑 등에 대적할 만한 외형을 갖추게 된다.

CU는 MZ세대를 사로잡는 독보적인 마케팅 역량을 기반으로 편의점 1위를 수성하는데 주력할 전망이다. CU는 1020세대들로부터 광적이라고 할 만한 호응을 얻고 있다. CU의 멤버십 어플인 포켓CU는 매주 수요일 10~11시 접속이 지연되는 경우가 허다할 정도다. 같은 시간에 접속자들이 폭주하기 때문이다.

포켓CU에서는 매주 수요일 오전 11시와 오후 5시 두 차례 CU 할인이나 상품 쿠폰을 선착순으로 지급하는 타임 이벤트 ‘CU 데이’를 진행하는데 시작 시간과 동시에 바로 마감이 될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해당 이벤트에는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중고등학생들에게 특히나 인기가 많다. 최근 진행된 1000~5000원 CU 금액권 지급 이벤트에서도 총 2만4000장이 오전 오후 각각 시작 1분 만에 모두 동났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1인 가구의 증가 추세에 대응하고, 향후 주요 소비층으로 부상할 1020세대의 마음을 사로잡는데엔 CU가 앞서 있다”고 평가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