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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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에 여성 사외이사 영입 바람이 불고 있다. 올해 주주총회에서 상장사 267곳 중 30여 곳이 처음으로 여성 사외이사를 선임할 것이란 조사 결과가 나왔다. 내년 8월부터 시행되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개정안에 따라 자산 2조원 이상 대기업이 여성 사외이사를 사실상 1명 이상 두는 것이 의무화돼 올해부터 상장사들이 기용에 나선 모습이다.

상장사 267곳 신규 여성 사외이사 후보 43명…한화·LG 첫 선발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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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국내 대기업집단 중 지난 12일까지 주총 소집결의서를 제출한 상장사 267곳의 사외이사 후보를 조사한 결과, 총 51명이 여성 사외이사 후보로 집계됐다. 51명 중 8명이 재선임 대상으로 신규 사외이사 후보는 43명이었다.

다만 신규 사외이사 후보 43명에는 회사측이 제안한 후보 외에 주주제안으로 추가된 여성 후보가 포함돼 있다. 따라서 실제 주총에서 선임되는 여성이사는 40명 이내가 될 가능성이 높다.

대표적인 사례로 이달 26일 주총 예정인 금호석유화학이 있다. 회사는 이정미 전 헌법재판관과 박순애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등 2명의 여성 사외이사를 추천한 상태다. 반면 경영권 분쟁 중인 박찬구 회장의 조카 박철완 상무 측은 주주제안으로 최정현 이화여대 교수를 추천해 총 3명이 집계됐다.

CEO스코어는 이달 주총이 끝나면 전체 사외이사 중 여성 사외이사 수가 지난해 42명에서 올해 약 80명 수준으로 2배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전체 사외이사 중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도 기존 4.7%에서 8.8% 수준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처음으로 여성 사외이사를 후보로 올린 기업은 30여 곳으로 나타났다. 한화 등 한화그룹 계열과 LG 등 LG그룹 계열은 올해 처음으로 여성 사외이사 선발에 나선 사례다.

올해 신규로 사외이사 후보가 된 여성 43명 중 24명(55.8%)이 교수 등을 역임한 학계 출신이었다. 관료 출신이 11명(25.6%)으로 뒤를 이었고, 재계 출신이 6명(14%)이었다.

국내 100대기업 이사회 내 여성 5% 그쳐…유럽은 30~40% 의무화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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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기업의 여성 이사회 비율은 세계 선진국과 비교하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헤드헌팅기업 유니코써치가 지난해 3분기 매출(개별 및 별도 재무제표 기준) 상위 100대 기업에서 사내이사·사외이사를 포함한 이사회 구성원의 성비를 조사한 결과, 총 756명 중 여성은 39명으로 5.2%에 그쳤다.

이는 해외 상황과 비교하면 현저히 떨어지는 수치다. 미국 뉴욕증시 상장 대기업 500개사로 구성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에 속한 기업의 여성 이사회 비율은 지난해 기준 28%이다. 스웨덴(24.9%)과 영국(24.5%)도 이사회의 여성 비율은 20%대 수준이다.

덴마크와 노르웨이 등 유럽 선진국은 법률 등에 여성 이사 비율을 40%로 명시하고 있다. 독일도 최근 3명 이상의 이사회를 꾸린 상장사의 경우 1명 이상의 여성 이사를 두는 방안에 합의했다. 이사회에서 30% 이상을 여성 몫으로 할당한 셈이다.

김혜양 유니코써치 대표는 “세계적으로 환경·사회·지배구조(ESG)가 새로운 경영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며 "여성 사외이사의 증가는 기업의 지배구조인 거버넌스를 투명하게 하고 조직 운영의 다양성을 강조하는 세계적인 추세에 발맞추기 위한 행보의 일환이기 때문에 이제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대세"라고 말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