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청와대 녹지원 앞에서 박계일 현대차 공정기술과장으로부터 대통령 전용차로 도입된 수소차(넥쏘)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청와대 녹지원 앞에서 박계일 현대차 공정기술과장으로부터 대통령 전용차로 도입된 수소차(넥쏘)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청와대 제공
정부가 전기·수소차 보급 확대 정책을 추진 중인 가운데 전체 정부 중앙부처 장관 18명 중 6명은 아직 휘발유차를 관용차로 이용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8일 한국경제신문이 18개 중앙부처 장관들의 관용차를 전수 조사한 결과, 정의용 외교부 장관, 서욱 국방부 장관,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의 관용차는 휘발유차였다.

이 중에서 정 장관은 취임 후 전임 장관이 이용하던 수소차 관용차 대신 휘발유차 관용차를 택했다. 좌석이 좁아 고령인 장관이 타기에 불편해 기존 외교부 공용차 중 하나를 장관 전용차로 쓰기로 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 등 5명은 수소차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7명은 하이브리드카를 관용차로 사용하고 있다.
[단독] "친환경차 타세요" 외치면서…휘발유차 타는 장관들
문재인 정부는 그린뉴딜, 탄소중립 등 온실가스 감축 정책을 추진 중이다. 수송 분야는 온실가스 감축의 핵심 분야로, 정부는 전기·수소차 보급 확대를 연일 강조하고 있다.

공공기관에는 선도적 역할을 주문하며 저공해차 사용을 의무화했다. 올해부터는 신규 도입 차량의 80% 이상을 전기·수소차로 택해야 한다. 내년부터는 신규 차량은 100% 전기·수소차로 도입하도록 했다.

장관 관용차에 대해서 전기·수소차를 의무화하는 별도 규정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상징성이 크기 때문에 전기·수소차를 택하는 장관들이 적지 않다. 특히 한정애 환경부 장관,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 친환경차 보급 주무부처 장관들은 각종 행사장에서 전기·수소차를 관용차로 이용하는 모습을 언론에 노출시키곤 한다.

장관 관용차로 휘발유차를 이용 중인 한 정부부처 관계자는 "관용차는 일정 조건을 충족해야 교체 가능하다"며 "교체 시기가 되면 최대한 친환경차를 택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관용차의 잦은 교체를 막기 위해 현행법은 주행거리 12만km 이상, 내용연수 9년을 충족시킨 뒤 관용차를 교체하도록 했다.

일부 부처에서는 친환경차를 장관 관용차로 사용하면서도 휘발유차를 '세컨카'로 이용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국회, 청와대가 있는 서울과 정부세종청사를 급히 오가느라 KTX를 이용할 경우 세종과 서울에 각각 관용차가 필요해서다. 도심 전기·수소차 충전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충전에 시간이 소요되는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