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차세대 전기차 아이오닉 5의 사전계약 대수가 9일 만에 3만5000대를 넘어섰다. 올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한 전기승용차 7만 대 중 이미 절반을 아이오닉 5가 차지하게 되는 셈이다. 보조금이 조기에 소진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5일부터 사전계약을 시작한 아이오닉 5는 이날까지 사전계약 대수가 3만5000대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국내 판매 목표인 2만6500대를 훌쩍 뛰어넘었다.

올해 전기승용차 보조금은 국비 최대 800만원, 지방비 최대 400만원(서울시) 등 대당 최대 1200만원이다. 차량 성능과 효율에 따라 보조금이 달라지는데, 아이오닉 5는 1200만원을 모두 받을 수 있는 대상에 포함된다. 아이오닉 5의 가격은 롱레인지 모델 기본 트림 기준 5200만~5250만원으로, 전기차 개별소비세 혜택(최대 300만원)과 보조금을 받으면 3000만원대 후반에 구입할 수 있다.

서울시 등 각 지방자치단체는 지난달 23일 전후로 보조금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서울시는 올해 전기승용차 5067대를 지원하는데, 전체의 10% 이상이 접수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작년보다 신청 속도가 20% 이상 빠르다”고 말했다.

여기엔 사전계약 중인 아이오닉 5는 포함돼 있지 않다. 다음달 출시 뒤 사전계약 순으로 구매 계약이 이뤄지면 보조금 예산은 더 빠르게 소진될 전망이다. 서울시의 경우 지난해 9월이었던 예산 소진 시점이 올해는 더 앞당겨질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는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검토할 계획이다.

아이오닉 5가 보조금을 선점하면서 테슬라 모델3, 하반기 출시 예정인 기아 전기차 CV(프로젝트명)와 제네시스 전기차 JW(프로젝트명) 등의 보조금 신청 기회는 줄어들 가능성이 커졌다.

업계 관계자는 “보조금 신청 조건이 ‘2개월 내 출고 가능’인 점을 고려하면 아이오닉 5가 생산 속도를 맞추지 못할 경우 기아, 제네시스 등에도 보조금 기회가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