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23년부터 하이브리드카(HEV)를 친환경차에서 제외하기로 방침을 정하자 하이브리드카 소유주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정부가 친환경차라고 해서 구매했는데 갑자기 정책을 바꾸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중고차 값이 떨어지면 정부가 책임질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본지 3월 5일자 A1, 4면 참조

"친환경차라고 해서 비싸게 구매했는데…" 하이브리드카 소유주들 뿔났다
환경부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대기환경보전법 시행령상 ‘저공해 자동차’의 정의를 바꾸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 1~3종으로 나눠 액화석유가스(LPG)차 등까지 포함하고 있는 저공해차 범위를 대폭 축소해 전기차, 수소차, 태양광차, 플러그인하이브리드카(PHEV)만 남기는 방향으로 논의하고 있다. 내년께 시행령을 고쳐 2023년부터 적용한다는 구상이다.

한국경제신문이 이를 보도하자 하이브리드카 소유주들은 황당해하고 있다. “공영주차장 할인 등의 혜택을 감안해 휘발유차 대비 400만~500만원 더 비싼 하이브리드카를 선택했는데 이게 말이 되느냐” “당장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전기차 충전소가 몇 칸이나 되는지부터 확인해보라” 등의 댓글을 올리고 있다. “중고 하이브리드카 가격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는 얘기마저 나온다. “전기·수소차 보급 확대를 위해 예상 가능한 수순”이라는 반응도 있다.

환경부 관계자들은 “저공해차 차종 축소는 2년 전인 2019년 미세먼지 관리 종합계획을 발표하면서 이미 예고한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환경부는 저공해차 보급목표제 대상 차종에 대해 “산업계 준비기간을 감안해 2022년까지 하이브리드·가스·휘발유차를 포함하고 2023년부터는 차종 범위를 축소할 방침”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저공해차 보급목표제는 자동차 회사들이 판매량의 일정 비율을 저공해차로 채우지 못하면 기여금(사실상의 벌금)을 부과하는 제도다. 정부는 1만 기 수준인 전기차 급속충전기를 2030년까지 2만 기로 늘리는 등 인프라 확충도 추진 중이다.

자동차 업체가 아니라 기존 하이브리드카 소유주들이 차종 범위에 주목하는 것은 시행령상 저공해차 정의가 달라지면 이를 준용하고 있는 각 지방자치단체의 하이브리드카 혜택이 사라질 수 있어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설명자료를 통해 “온실가스 감축의 현실적 대안으로 하이브리드카를 육성해 나갈 계획”이라며 환경부와는 다른 입장을 밝혔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