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뉴스1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뉴스1
여당이 26일 발의한 '자영업 손실보상법'에 대해 기획재정부가 "정부와 합의가 된 법안이 아니며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여당안대로면 소상공인에 대한 신속한 지원이 어렵고 소송 남발 등 혼란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4차 긴급재난지원금을 놓고 벌어진 당·정 간 충돌이 손실보상법에서도 재연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기재부가 문제를 제기한 법안은 송갑석 민주당 의원이 26일 대표발의한 '소상공인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한 방역 조치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 등에게 정부 지원금 지급을 의무화한 법이다. 지금까지 코로나19 피해 지원은 정부가 임의로 줬으나 앞으로는 법적 의무가 생기는 것이다.

여당은 이 개정안이 정부와 협의를 거쳐 도출된 당·정 합의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도 동의한 법안이라면 국회 통과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게 된다. 하지만 정부는 당·정 합의가 이뤄졌다는 데 대해 선을 그었다. 기재부 관계자는 "당·정이 함께 손실보상법을 논의한 것은 맞지만 이견이 다 조율되지 않은 상태에서 법안이 발의됐다"고 말했다. 소상공인법 소관인 중소벤처기업부 관계자도 "정부가 합의한 법안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정부는 특히 개정안에 '손실 보상'이란 문구가 명시된 것을 문제로 보고 있다. 개정안엔 "정부는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소상공인의 영업장소 사용 및 운영시간 등을 제한한 경우 손실보상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소상공인의 손실을 보상해야 한다"는 조항이 들어갔다.

헌법재판소 판례 등에 따르면 손실 보상이란 법적 용어는 곧 '완전 보상'을 뜻한다. 정부 행정조치 등으로 발생한 손실 '전액'을 물어줘야 한다는 얘기인데 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가령 지난해 영업제한 조치를 당한 소상공인이 작년 영업이익이 1억원 줄었다면 이 가운데 정부 조치로 인한 감소가 얼마이고 경기 침체 등 다른 요인으로 인한 감소가 얼마인지 정확히 구분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이런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얼마를 지원해줘도 "불완전 보상"이라는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고 이는 줄소송으로 이어질 소지가 크다. 이런 점을 감안해 손실을 정확하게 계산하려고 하다보면 시간이 지연돼 '신속한 지원'이 어려워진다. 정부가 손실 보상 대신 '피해 지원' 등 다른 용어를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이유다.

손실 보상 시행 시기도 이견이 있다. 송 의원 안은 법 시행 시기를 '공포 후 3개월'로 규정했다. 3월말 국회를 통과한다고 가정하면 7월부터 시행될 수 있다는 의미다. 중소벤처기업부 관계자는 "보통의 법 개정안은 시행 시기를 공포 후 6개월로 정하는 점을 고려하면 시행 시기가 빠른 감이 있다"고 했다.

소상공인 손실보상법이 국회 심의에 들어가기도 전에 잡음이 커지면서 당·정이 충돌하는 새로운 '전장'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당·정은 4차 재난지원금을 놓고 올 1월부터 갈등을 빚어왔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차 재난지원금 지급 방안을 발표하자 즉각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박했고, 이 대표는 공식 석상에서 홍 부총리에게 "정말 나쁜 사람"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