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 SUV XM3./사진=르노삼성
소형 SUV XM3./사진=르노삼성
르노삼성자동차가 판매 부진과 노사 갈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XM3, QM6 등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높은 완성도로 호평을 받았지만 기본급 인상을 요구하는 노조의 파업 위기감도 고조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1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르노삼성 소형 SUV XM3와 중형 SUV QM6는 국내 SUV 시장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XM3는 지난해 3월 출시 이후 4개월간 누적 2만2252대 판매고를 올렸다. 최근에는 디자인 부문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 한국자동차전문기자협회가 선정하는 '2021 올해의 차' 2관왕에 오르는 영예도 안았다.

QM6도 LPG 모델 앞세워 승승장구했다. QM6 LPe는 지난 한 해 동안 총 2만7811대 팔리며 현대차 그랜저와 쏘나타 LPi 모델을 제치고 국내 LPG 자동차 시장 전체 판매 1위를 차지했다.

세단만의 시장이던 승용 LPG 시장에서 SUV가 1위를 차지한 것은 QM6가 처음이다. 또 그간 택시 등 법인 판매로 판매 상위권에 오른 LPG 세단과 달리 QM6 LPe는 일반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아 1위에 올랐다는 평가다.
사진=한국경제신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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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주력 차종들의 선전에도 지난해에 이은 전반적인 판매 부진, 노사 갈등 여파로 르노삼성의 시름은 깊어만 가고 있다. 르노삼성의 지난해 판매량은 16년 만에 역대 최저 수준으로 곤두박질친 상태다.

르노삼성은 최근 올해 생산량 목표치를 기존 15만7000대에서 10만대로 하향 조정했다. 2004년 이후 내수·수출 판매대수가 최저치를 기록한 지난해보다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 것이란 진단에서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한 해외 시장 수요가 생산 물량을 따라오지 못할 것을 감안한 조치로 풀이된다.

르노삼성은 지난해 내수 9만5939대, 수출 2만227대로 총 11만6166대를 판매했다. 이는 전년 대비 34.5% 감소한 것은 물론 27만6808대의 판매고를 올렸던 2017년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실적이다. 2004년 이후 16년 만의 최저치이기도 하다.

올해 들어서도 판매 부진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 1월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7.9% 감소한 3534대에 그쳤다. 같은 기간 수출이 2618대로 35.6% 증가하면서 내수 하락분을 어느정도 상쇄했지만 결국 내수·수출 합산 판매량은 1.3% 줄어든 6152대에 머물렀다.
유럽 수출 대기중인 XM3./ 사진=르노삼성
유럽 수출 대기중인 XM3./ 사진=르노삼성
상황이 이런데 노사 갈등의 골은 깊어져만 가고 있다. 지난해 르노삼성 노사는 국내 완성차 업체들 가운데 유일하게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을 마무리 짓지 못했다.

지난달 18일 임단협 6차 본교섭이 진행됐지만 노사 양측의 팽팽한 입장차만 확인한 채 결렬됐다. 사측은 유동성 위기를 강조하며 임단협을 빠른 시일 내 마무리하고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노조 측은 기본급 인상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어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에도 노조는 생산량 감산 결정에 따라 근무 체제를 조정하고자 고용안정위원회 개최를 요구한 사측의 요구를 거부했다. 대신 기본급 7만1687원 인상과 일시금 700만원 지급 등을 골자로 한 임단협을 우선 마무리 지을 것을 촉구했다. 노조는 요구안을 관철시키기 위해 파업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르노삼성 사측은 부산공장 근무 체제를 기존 2교대에서 1교대로 전환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전하면서 맞불을 놓은 상태다. 사측은 적정 생산량이 20만대인 부산공장의 생산 물량이 10만대 수준으로 줄어들 경우 기존과 같은 2교대 체제가 필요없다는 판단하에 1교대로 전환을 추진중이다.

르노삼성에 따르면 오는 8일부터 르노삼성 부산공장은 1교대 근무체제로 돌입하게 된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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