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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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이나 부동산시장이 잘나가면 외제차나 명품시계 매장도 덩달아 장사가 잘된다. 이른바 '부(富)의 효과'다. 자산가격이 뛰었다고 당장 손에 현금을 쥐는 것은 아니지만, 사람들은 자신이 부자가 됐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프랑스 보르도에 있는 한 와인업체는 요즘 '비트코인판 부의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불황에 허덕이고 있는 이 나라 와인산업 분위기와 정반대다.

8일 외신에 따르면, 유럽의 주류 전문지 드링크인터내셔널은 최근 비트코인(BTC) 상승장의 수혜자로 떠오른 'BTC 와인'의 사례를 소개했다.

보르도의 와인업체 라세르&파피용(Lasserre&Papillon)은 4년 전 'BTC 와인'이라는 온라인 쇼핑몰을 열었다. 이곳은 우리 돈으로 2만원대 샴페인부터 900만원짜리 레드 와인까지 다양한 주류를 판매하고 있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비트코인캐시 등의 가상화폐로 결제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제품값은 유로(€)와 비트코인 기준으로 함께 적혀있다. 와인을 주문하면 고급스러운 원목 상자에 담아 해외로 배송해준다.
사진=BTC Wine
사진=BTC Wine
BTC 와인이 문을 연 2017년, 비트코인 시장에선 연초 900달러이던 가격이 연말 2만 달러에 육박하는 '2차 랠리'가 한창이었다. 이듬해 비트코인 값이 폭락했지만 BTC 와인 측은 "비트코인은 다시 오를 것"이라는 희망을 놓지 않았다. 이들의 낙관적 전망은 현실이 됐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넘쳐나는 유동성이 가상화폐 시장으로 몰려들면서 '3차 랠리'가 막을 올렸다. 최근 비트코인 시세는 4만 달러 안팎을 기록하고 있다.
"비트코인을 많이 보유하고 있고, 이걸 소비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 그들이 우리의 새로운 고객층이 됐다. 고급 와인은 그들에게 '높은 신분의 상징'이다."
ㅡ BTC 와인의 세일즈 디렉터 Louis de Bonnecaze
이 회사가 가상화폐를 받은 것은 기술에 해박한 '신흥 부호'을 잡기 위한 포석이었다. 부자가 된 사람들은 자동차와 부동산을 구입한 다음 고급 와인으로 이동하게 된다는 게 이들의 판단이다.

프랑스 와인업계는 미국의 관세 인상,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에다 코로나19 사태까지 '3연타' 악재를 맞고 고전하고 있다. 일부 업체는 산더미처럼 쌓인 와인 재고를 손 소독제 원료로 처분했을 정도다.

하지만 BTC 와인은 비트코인 상승장에 힘입어 판매가 아주 잘 되고 있다고 밝혔다. BTC 와인 관계자는 "전통적인 와인 소비층보다 나이가 어린 고객이 많다"며 "실체가 있는 와인과 실체가 보이지 않는 비트코인을 결합하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했다.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와인에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해 원산지, 진품 여부, 유통 이력 등을 투명하게 관리하려는 시도도 이어져왔다.
사진=BTC W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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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현지에서는 BTC 와인의 사례를 본떠 가상화폐 결제를 도입하는 와인업체가 더 생겨났다고 외신은 전했다. 드링크인터내셔널은 "가상화폐 결제의 장점은 은행 등을 거칠 필요 없이 저렴한 수수료로 신속하게 거래를 마칠 수 있다는 것"이라면서도 "코인 가격의 높은 변동성은 현실적인 어려움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