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정부가 25번째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2025년까지 서울 32만3000 가구를 포함해 전국에 83만6000 가구를 공급키로 했다.예상을 뛰어넘는 과감한 공급 확대책이 담겨 파격적이란 평가다. 정부는 부동산 시장이 안정을 찾을 것이라며 자신만만해하는 모습이다.그러면서 ‘공급량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만큼 집값이 잡힐테니 무리해서 급하게 집을 사지 말라’는 메시지가 먹히길 바라는 눈치다.정부 발표 후 시장에선 “이번 부동산 대책이 ‘공급 쇼크’가 아니라 ‘거래 쇼크’를 초래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책 발표일(4일) 이후 사들인 주택은 공공 주도 개발이 이뤄져도 아파트 우선공급권(입주권)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투기를 막겠다는 취지지만, 시장에서는 거래의 씨가 마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기사 보러 가기 ■ 풀이와 비평2·4 부동산 대책이 나오기 전까진 ‘영끌’해서 집을 사야하는 분위기였다. 코로나19 사태로 풀린 엄청난 유동성과 저금리로 아파트 값이 연일 고공행진을 해서다.이런 상황은 마케팅의 ‘희소성 메시지’를 연상시킨다. 희소성 메시지는 소비자에게 제품의 구매 가능성이 제한돼 있다는 사실을 알려, 소비자의 심리적 압박감을 유발해, 제품 구매 의지를 강화시키려는 의도로 사용되는 촉진 메시지다.주택시장엔 “아파트, 이 가격으론 지금이 마지막 매수 기회입니다”식의 희소성 메시지가 만연해 있다. 그래서 영끌해서라도 집을 사려는 사람이 많다.그런데 정부가 희소성 메시지를 무너뜨리겠다며 대규모 공급책을 들고 나온 형국이다. 이제 사람들은 집을 사야 할 지, 기다려야 할 지 갈피를 잡지 못하게 됐다.정부가 공공 주도 정비사업을 통하면 사업 기간이 5년으로 단축된다고 했지만, 이 5년은 사업 완료 후 입주까지가 아니라 ‘주민 이주 개시 시점’까지 걸리는 기간이라서 실제 입주까지 최소 8~9년은 걸린다는 분석이 나온다. 희소성 메시지에 힘을 실어주는 분석이다.전문가들은 공공의 사업 관리 능력과 민간 재건축 단지의 참여 여부 등이 이번 대책의 성패를 가를 변수로 꼽고 있다. 이런 변수가 정부 의도에 부합하면 희소성 메시지는 힘을 잃게 된다.현재로선 결과를 예단하기가 어렵다. 이처럼 결과 예측이 어려운 상황에서 일을 맡은 마케터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선택의 시점을 최대한 미뤄야 할까. 과감하게 한 쪽을 선택해야 할까. 미루든 선택하든 둘 다 용기는 필요하다.장경영 선임기자 longrun@hankyung.com
충북 괴산군 장연면 종오리 농장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진 판정이 나왔다. 충북도는 H5형 AI 항원이 검출된 장연면 종오리 농장에 대한 정밀검사 결과 고병원성 H5N8형으로 확인됐다고 6일 밝혔다. 이번 겨울 도내 7번째 고병원성 AI 발생 사례이다. 도는 관련 지침에 따라 해당 농장 종오리(1만5천마리) 살처분을 마친 데 이어 발생지 반경 3㎞ 이내에 있는 가금농장 2곳(4만2천마리)에서도 예방적 살처분을 진행한다. 도는 AI 확산 방지를 위해 괴산지역 모든 가금농장에 대해 7일간 이동제한 조처하고, 3∼10㎞ 방역대 내 15개 가금농장(47만8천마리)을 대상으로 오는 7일까지 정밀검사를 한다. 또 도내 종오리 알 운반차량에 대해 오는 8일까지 48시간 이동중지 명령을 내리고, 이 기간 차량 내외부 일제 세척·소독에 나서도록 했다. 설 연휴 전까지 도내 12개 종오리 농장 일제검사도 실시한다. /연합뉴스
소니가 지난해 11월 출시한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5'(PS5, 블루레이 디스크드라이브 포함 모델)의 공식 판매가격은 62만8000원이다. 현재 중고나라 등에선 78~80만원선에 거래된다. 공급이 부족해 신제품을 사고 싶어도 못 사기 때문이다. 그나마 작년 12월(약 100만원)보다 가격이 내려간 것이다.같은 시기 출시된 마이크로소프트(MS)의 게임기 '엑스박스(XBOX)' 상황도 비슷하다. X모델 기준 출시가는 59만8000원인데 현재 80만원대에 거래된다. AMD의 CPU와 GPU 부족이 게임기 '품귀'의 원인PS5와 XBOX엔 공통점이 있다. 연산을 담당하는 반도체 CPU(중앙처리장치)와 그래픽을 담당하는 반도체인 GPU(그래픽처리장치) 모두 미국 AMD의 제품을 쓴다는 것이다. PS5와 XBOX 수량이 부족한 건 AMD의 CPU와 GPU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서다. AMD는 '반도체 설계'만 전문으로 하는 '팹리스'다. 생산시설이 없다. 그래서 칩 생산을 고객사 주문을 받아 반도체를 만드는 게 주특기인 대만의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업체 TSMC에 맡긴다. TSMC는 세계 1위(올해 시장점유율 전망치 54%) 파운드리업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스마트폰, TV, 자동차 등의 수요가 커지면서 전 세계 팹리스들의 주문이 몰리고 있다. AMD도 애플과 함께 TSMC의 큰 고객이지만, '원하는 만큼' TSMC의 생산 라인을 독차지할 수 없다. 그래서 CPU와 GPU가 수요만큼 공급되지 않고 있고 이 칩들이 탑재되는 PS5나 XBOX 물량도 부족한 것이다. 이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리사 수 AMD 대표는 최근 인터뷰에서 "CPU와 GPU 공급 부족이 올해 하반기까지 계속될 것"이라며 "신형 게임 콘솔에 가장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지금 주문해도 '1년' 걸리는 CPU용 반도체 부품(ABF 기판)최근엔 AMD의 CPU와 GPU가 부족한 원인이 'TSMC의 생산 캐파 부족' 때문만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ABF(Ajinomoto Build-up Film) 기판(substrate)' 부족에 대한 얘기가 많이 나온다.ABF 기판은 간단하게 말하면 AMD의 CPU와 GPU를 PS5나 XBOX 같은 전자기기에 붙일 때 필요한 반도체 부품이다. 회로가 복잡한 반도체와 상대적으로 단순한 전자기기의 기판을 연결해 전자가 잘 흐를 수 있게 하는 역할을 한다. ABF 기판은 반도체와 전자기기를 연결하는 여러 층의 미세 회로로 구성된다. 발열과 회로 간 간섭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ABF라고 불리는 '절연소재'(전기가 통하지 않는 소재)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ABF는 온도 변화에 따른 팽창 및 수축에 저항하는 내구성이 높고 단단하기 때문에 나노미터(nm) 단위의 반도체와 밀리미터(mm) 단위 메인 기판을 연결하는 '기판'의 재질로 사용하기에 이상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레이저 가공 및 직접 구리도금이 가능해 CPU나 GPU 같은 초미세 반도체의 패키징(전자기기에 붙일 수 있게 만드는 공정)에 사용된다. 초미세공정에서 생산되는 CPU 및 GPU엔 ABF 기판이 필수적이라고 한다.대만의 난야PCB와 유니마이크론 등이 전 세계 ABF 기판 시장을 주도하고 있고 한국의 삼성전기와 대덕전자 등도 제품을 만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난야PCB나 유니마이크론의 수율(전체 생산품에서 양품이 차지하는 비율)이 60%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TSMC가 AMD의 CPU와 GPU를 생산해도 ABF 기판 공급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PS5나 XBOX의 생산을 늘릴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이 같은 분석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업계를 주로 다루는 대만의 매체 디지타임즈에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지속적으로 나왔다. 지난해 12월 디지타임즈는 "ABF 기판 부족으로 2021년 새로운 CPU, GPU칩 출하량이 줄어들 수 있다"며 "올해 난야PCB나 유니마이크론 같은 업체들의 증설 규모는 10%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현재 ABF 기판의 납기는 '1년'에 달한다"고 덧붙였다. 지금 주문해도 ABF 기판을 받는데까지 '1년'이 걸리고, 수율도 60% 수준에 그치기 때문에 PS5나 XBOX에 장착될 수 있는 AMD의 CPU나 GPU가 올해 계속 부족할 것이란 예기다. 조미료(MSG)회사 일본 '아지노모토'가 ABF 독점 생산또 다른 문제점으론 ABF 기판의 핵심 소재인 ABF 공급 마저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난야PCB, 유니마이크론 등이 ABF 기판의 원료인 ABF를 공급 받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뜻이다. 일본 '닛케이아시안리뷰'는 미국의 유명 반도체 업체인 '자일링스(xilinx)'의 빅터 펭 사장(CEO)을 인터뷰한 기사에서 "자동차, 서버, 기지국 등에 사용되는 고급 칩을 패키징할 때 필수적인 'ABF' 같은 기판 재료가 부족하다"고 보도했다.흥미로운 점은 ABF 기판의 핵심 재료인 'ABF'를 일본의 조미료 회사가 만든다는 것이다. 업체 이름은 '아지노모토(Ajinomoto)'다. 아지노모토(味の素)는 '맛의 근원'이란 뜻이다. 아지노모토 홈페이지에 따르면 1909년 '아지노모토'라는 이름의 MSG를 이케다 기쿠나에 박사가 개발했다고 한다. 다시마국물과 두부를 먹다가 '뭔가 새로운 맛을 찾아야겠다'는 고민에서 제품 개발을 시작했다는 얘기가 있다.대표적인 제품은 '우마미', '혼다시' 등이다. 한국의 대표 조미료인 '미원'도 대상그룹 창업주인 고(故) 임대홍 창업 회장이 1950년대 직접 일본에 가서 아지노모토의 생산 기술을 배우고 발전시켜 만든 제품이다. 아지노모토가 정식 기업 형태로 발전한 건 1925년부터다. 현재 자본금 799억엔. 직원수는 계열사 포함 3만2509명이다. 2020회계연도 1~3분기(2020년 4월~12월) 누적 매출은 7949억엔(약 8조4500억원)으로 전년 대비 999억엔 감소했고 영업이익도 1685억엔에서 1674억엔(약 1조7800억원)으로 소폭 줄었다. MSG 기술 노하우를 반도체재료 개발에 활용MSG 회사인 아지노모토가 전자재료에 대한 연구개발을 시작한 건 1970년대부터다. 조미료를 만드는 '화학기업'으로서의 장점을 활용하기 위해서였다. 1970년대 에폭시 수지에 아미노산 화학반응을 적용하는 기본연구를 시작했다. 1990년대부터 고성능 PC, 노트북 시장이 커지면서 고급 CPU 기판에 대한 필요성이 커졌다. 복잡한 기판에 전기 절연성을 제공하는 새로운 물질에 대한 수요도 본격적으로 발생했다.아지노모토는 절연재료가 잉크 형태의 액체에서 필름으로 이동할 것으로 봤다. 반도체가 복잡해지고 미세화하면서 회로 간 간섭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했기 때문이다.필름은 강하면서도 부드럽고 가벼우면서 절연 성능이 뛰어나야했다. 수차례 실패를 반복한 끝에 회사 이름 '아지노모토'를 딴 ABF 필름을 1998년 가을 개발에 성공했다. 회사 관계자들은 "2000년대는 '고성능 컴퓨팅'의 시대가 될 것이고 절연성이 뛰어나면서 가벼운 ABF가 '필수 소재'가 될 것"이라고 반도체 회사들을 설득했다고한다.아래는 ABF에 대한 아지노모토의 설명이다.현대 사회는 소위 정보 사회입니다. 컴퓨터, 휴대폰, 평면 TV와 같은 전기 장비는 오늘날 우리 생활에서 필수적인 제품입니다. 아지노모토는 이러한 장비에 사용되는 전자 재료를 제공합니다. 반도체의 기술적 진보는 전자 장비를 더 작고 정밀하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됐습니다. 고밀도 인쇄 회로 기판 제조에 이러한 반도체를 장착하려면 고성능 절연 재료가 필수적입니다. 세계 최초로 개발 한 인쇄 회로 기판 용 절연막 ABF는 반도체 발전에 대한 유연성을 갖춘 획기적인 제품으로 높이 평가되고 있습니다. 전 세계의 개인용 컴퓨터에 적용되며 사실상의 표준으로 자리 매김했습니다. '부르는 게 값'...ABF 수요 점점 커져ABF 시장은 계속 커지고 있다. 2000년 ABF 매출을 100이라고 했을 때 2019년 매출은 8배가 증가한 '800' 수준이란 게 아지노모토측의 설명이다. PC용과 서버, 스마트폰 등 기타 제품용의 비중은 2013년 6:4에서 2019년 4:6으로 역전됐다. 아지노모토는 "2017년부터 2022년까지 ABF 매출의 연 평균 증가율은 7.2%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아지노모토는 ABF 실적을 따로 떼어내 공개하진 않는다. 하지만 ABF가 포함된 '헬스케어 및 기타제품'의 영업이익은 2019회계연도 1~3분기 123억엔에서 2020회계연도 1~3분기(4~12월) 184억엔(1957억원)으로 49.3% 늘었다. 일본 산업계에선 ABF사업의 영업이익이 한 해 2000억원을 훌쩍 넘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닛케이아시안리뷰는 공급망 관계자를 인용해 "인공 지능과 5G 연결에 사용되는 칩은 많은 ABF를 소비하고 있다"며 "자동차 칩에 대한 수요가 반등하면 ABF의 공급량은 더 부족해질 수 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또 "ABF 공급 업체(아지노모토)는 이미 생산시설을 확장하고 있지만 여전히 수요를 따라갈 수 없다"고 덧붙였다.대만 디지타임즈의 분석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 매체는 "ABF는 '부르는 게 값'인 상황이 됐다"며 "AMD가 TSMC로부터 충분한 생산시설을 확보해도 ABF 기판이 있어야 '패키징'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