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민족이 더불어민주당, 전국가맹점주협의회와 함께 발표할 상생협약식의 핵심 내용 중 하나는 ‘단골 고객 개인정보 제공’이다. 주문이 들어온 고객의 과거 주문 횟수와 연락처(휴대전화 번호 등) 같은 정보를 음식점 점주에게 제공키로 한 것이다. 그동안 배달의민족은 가맹점의 줄기찬 고객 정보 제공 요구를 거부해왔다. 그러나 이번 협약식을 앞두고 방침을 180도 바꿨다.

배달의민족이 그간 단골 개인정보 제공을 거부했던 명분 중 하나가 ‘개인정보 침해 우려’였다. 지난해 8월 공정거래위원회가 주최한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제정 관련 간담회’에서 ‘코리아스타트업포럼’ 관계자는 “플랫폼에서 다뤄지는 각종 고객 정보는 법적인 제약이 많다. 엄격한 개인정보보호법의 통제를 받고 있는데 (이를 공유할 경우) 유출될 가능성이 있어 위험하다”고 말했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배달의민족 마켓컬리 토스 직방 등 플랫폼 기업을 대표하는 단체다. 한 스타트업 대표도 “단골 고객 휴대전화 번호가 잘못 유출돼 범죄에 악용되면 플랫폼 기업은 치명타를 입는다”고도 했다.

한국외식업중앙회,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등의 단체는 개인정보 유출 위험에 대해 사용자들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게 배달앱에 ‘개인정보 제공 동의’ 체크 박스를 하나 만들어 달라고 요구해왔다. 지금은 배달앱을 통해 주문이 뜨면 식당 단말기에 고객 휴대전화 번호가 두 시간 정도 노출된 후 사라지는데, 개인정보 제공 동의에 체크하면 해당 정보가 가맹점주에게 보내지는 구조를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배달의민족 측은 기존 방침을 번복한 배경에 대해 “정보 제공은 원래 고민하고 있었던 부분”이라며 “점주들과의 좋은 관계를 위한 상생 차원”이라고 답했다. “거대 여당의 압박 때문이 절대 아니다”라는 해명이다.

그러나 다른 해석도 나온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의 정치 일정과 연계돼 있다는 것이다. 이 대표의 실질적 임기는 다음달 9일까지다. 내년 대통령선거 출마 때문이다. 그사이 뭔가 그럴듯한 성과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오는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도 앞두고 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