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이어 보험권에도 '배당 자제령'…"최근 3년 수준으로"
금융당국이 은행에 이어 보험업계에도 ‘배당 자제령’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배당성향(당기순이익에서 배당금이 차지하는 비율)을 최근 3년 평균 수준으로 유지하라는 주문이다. 지난해 보험사들은 코로나19 영향으로 수익성이 오히려 좋아져 배당여력이 늘었지만 금융당국의 권고를 수용할 수 밖에 없다는 반응이다.

31일 보업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이달들어 보험사 임원들에게 배당을 보수적으로 진행하고 권고했다. 업계 관계자는 “은행권에 대해서는 배당성향을 20% 이내로 유지하라고 권고했지만 보험사들에는 일률적 비율을 제시하지 않고 예전보다 늘리지 말라는 뜻을 전달받았다”며 “지난 3년간의 평균 배당성향을 넘지 않도록 요구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보험사별 배당계획을 일일이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의 압박에 보험업계는 난감해하고 있다. 보험사들은 우려와 달리 코로나19로 호실적을 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3분까지 보험업계 당기순이익은 5조5747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3195억원(6.1%) 늘었다.

업황이 좋아졌다기보다는 저축성보험 중심으로 보험금이 늘어났고 국민들이 외출 활동 등을 자제하면서 자동차보험과 실손의료보험의 손해율이 떨어진 결과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손해보험사들의 경우 당기순이익이 10% 이상 늘었는데 배당을 예전처럼 하라고 하면 주주친화적 경영이 불가능해진다”며 “손보사들은 증시에 상장된 곳도 많아 주가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보험사들은 금융당국의 권고를 따라야 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삼성생명은 배당성향을 37% 이상으로 하겠다고 밝혀왔지만 지난 29일 2020회계연도 현금배당을 1주당 2500원으로 배당성향을 35.5%로 하겠다고 공시했다.

또 다른 보업업계 관계자는 “금융회사들에 대한 감독당국의 의견은 절대적”이라며 “당국이 배당자제 요구하는 이유도 나름대로 수긍할 부분이 있기 때문에 지키려고 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코로나19에 따른 영업 환경 불안과 함께 새로운 회계제도(IFRS17)와 건전성제도(K-ICS) 도입 등을 배당 자제의 근거로 제시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보험업권의 사정을 고려할 때 과도한 배당은 위기 대응 능력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어 고민하고 있다”면서도 “보험사들에게 배당을 직접적으로 통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