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단숨에 1110원대를 뚫고 1120원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급등(원화가치 급락)했다. 전날 미국 증시 급락과 미국 경제 회복이 더뎌질 것이란 미국 중앙은행(Fed) 전망 등이 달러 등 안전자산 선호 현상을 강화한 결과로 분석된다.

환율 15원 급등…1120원 육박
2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5원20전 오른 1119원60전에 마감했다. 지난해 11월 6일(1120원40전) 후 최고가다. 이날 상승폭은 작년 3월 23일(20원) 후 가장 컸다. 이날 환율은 5원 오른 1109원40전에서 출발한 뒤 갈수록 상승폭을 키우며 장을 마쳤다.

27일(현지시간) 미국 증시가 출렁이면서 달러 등 안전자산 선호도를 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2.05%), 나스닥(-2.61%) 등 주요 지수가 일제히 2% 넘게 빠졌다. 게임스톱, AMC 등에 공매도 포지션을 취했던 헤지펀드가 이들 종목의 주가 급등으로 손실을 입자 이를 메우기 위해 다른 보유 주식을 대거 매도할 것이란 관측 등이 악재로 작용한 결과다. 게임스톱과 AMC는 이날 각각 135%, 301% 급등했다.

미국 실물경제 회복세가 더뎌질 것이라는 우려도 달러 강세 재료로 작용했다. Fed는 이날 기준금리를 연 0.00~0.25%로 동결한 직후 발표한 통화정책 결정문에서 “경제활동 및 고용 회복 속도가 완만해졌다”고 밝혔다. 지난번 통화정책 결정문에서는 “경제활동 및 고용이 회복 중”이라고 표현했지만 이번에는 ‘완만하다’는 표현이 새로 들어갔다. 경기 회복에 대한 Fed의 우려가 커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국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가 지속적으로 매도하는 것도 외환시장에서 환율 상승을 유발하는 요인이다. 외국인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만 1조5731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올 들어 이날까지 3조864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미국 증시가 조정받으면서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퍼져 환율이 상승했다”며 “상당한 규모로 해외 주식을 사들인 국내 투자자의 행보가 환율 향방을 가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