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준법감시위원회는 26일 삼성 7개 계열사 최고경영진과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행사엔 김지형 위원장(맨 왼쪽)과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 등이 참석했다. 삼성준법감시위원회 제공
삼성준법감시위원회는 26일 삼성 7개 계열사 최고경영진과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행사엔 김지형 위원장(맨 왼쪽)과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 등이 참석했다. 삼성준법감시위원회 제공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임직원들의 동요를 막기 위한 옥중 메시지를 내놨다. 자신이 처한 상황과 관계없이 삼성은 가야 할 길을 가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이 부회장이 임직원들에게 옥중 메시지를 남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처음 구속된 2017년 2월엔 이 부회장이 아니라 사장단 명의의 메시지가 나왔다. ‘총수 부재’라는 엄혹한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말아줄 것을 호소하기 위해 이 부회장이 직접 목소리를 냈다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과의 약속 지키겠다”

26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김기남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부회장과 김현석 소비자가전(CE)부문 사장, 고동진 IT·모바일(IM)부문 사장 명의의 임직원 대상 호소문을 통해 “흔들리지 말아 달라”는 뜻을 전했다. 이 부회장의 구술을 변호인이 적어 사장단에게 전달했다는 것이 삼성 측 설명이다.

이 부회장은 “저의 부족함 때문에 다시 걱정을 끼쳐드리게 돼 무척 송구하다”며 “너무 큰 짐을 안겨드린 것 같아 정말 죄송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가 처한 상황과 관계없이 삼성은 가야 할 길을 계속 가야 한다”며 “이미 국민들께 드린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과의 약속이 무엇인지도 분명히 했다. 이 부회장은 “투자와 고용 창출이라는 기업 본분에 충실해야 하고 나아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삼성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시 임직원들과 함께 일하고 싶다는 뜻도 드러냈다. 그는 “지금 시간이 결코 헛되지 않도록 하겠다”며 “여러분과 함께 꼭, 새로운 삼성을 만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 18일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에서 2년6개월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준법경영 다짐한 삼성 계열사들

이날 삼성준법감시위원회(준법위)는 삼성전자 서울 서초사옥에서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생명 등 주요 7개 삼성 계열사 최고경영진과 간담회를 했다. 각 사의 준법경영 현황을 듣고 개선점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다. 삼성전자에선 김 부회장과 최윤호 사장(CFO·최고재무책임자)이 참석했다. 전영현 삼성SDI 사장, 경계현 삼성전기 사장, 황성우 삼성SDS 사장, 고정석 삼성물산 사장, 전영묵 삼성생명 사장, 최영무 삼성화재 사장 등도 함께했다.

김지형 준법위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만남과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준법경영에 대한 최고경영진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이에 대해 “준법경영을 통해 삼성이 초일류기업을 넘어 존경받는 기업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준법경영은 이 부회장이 지속적으로 강조한 덕목이다. 그는 구속 사흘째인 지난 21일에도 변호인을 통해 “준법위 활동을 계속 지원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이어 준법위원들에게 “앞으로도 계속 본연의 역할을 다해 주실 것”을 부탁했다.

준법위는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삼성에 △과감한 혁신 △내부 준법감시제도 마련 △재벌체제 폐해 시정 등을 주문하며 출범한 조직이다. 당시 재판부는 준법위 활동을 평가해 양형에 반영하겠다고 밝혔지만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재판부는 “삼성의 새로운 준법감시제도가 발생 가능한 새로운 위험에 대한 예방과 감시 활동에 이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며 이 부회장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