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8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 마련된 고(故) 신격호 명예회장의 제단에 임직원들을 대표해 헌화하고 있다.   롯데지주 제공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8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 마련된 고(故) 신격호 명예회장의 제단에 임직원들을 대표해 헌화하고 있다. 롯데지주 제공
롯데그룹이 창업주 고(故) 신격호 명예회장 타계 1주기(19일)를 기념해 18일 온라인 추모관을 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별도의 추모식은 하지 않기로 했다. 온라인 추모관에는 신 명예회장의 업적을 기리는 각계 인사들의 추모사와 추모영상이 실렸다. 신 명예회장의 일대기와 어록도 게재됐다. 온라인 추모관은 22일까지 공개된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18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 마련된 제단에 임직원을 대표해 헌화했다. 이어 고인의 생가가 있는 울산 울주군 선영을 방문했다. 신 회장은 동영상 인사말을 통해 “아버지는 위기의 순간에 책임감과 사명감을 강조했고, 성장의 시기에는 겸손과 나눔의 미덕을 보여줬다”며 고인을 추억했다. 그는 “아버지는 어려움이 있을 때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극복하겠다는 굳은 의지라고 말씀하셨다”며 “오늘은 아버지가 더욱 그리워지는 날이다. 아버지의 빈 자리가 이렇게 크다는 것을 다시 깨닫는다”고 했다. 신 회장은 “아버지의 말씀을 떠올리며 어떤 힘든 순간이라도 이겨내겠다”고 힘줘 말했다.

10분가량의 추모 영상에는 고인의 울주군 고향집 실내 모습이 처음 나왔다. 그가 타계 전 고향에서 마을 잔치를 열 때마다 지냈던 곳이다. 선풍기 등 오랫동안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살림살이가 공개됐다. 장녀인 신영자 전 롯데복지재단 이사장은 “마을이 댐 사업으로 수몰돼 사람들이 뿔뿔이 흩어지자 아버지가 댐 옆에 고향집을 다시 짓고 매년 잔치를 열어 그분들을 만날 수 있게 했다”며 “낯선 타국에서 힘들게 사업하면서도 고국과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롯데라는 그룹을 일구고 한국 경제에 이바지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회상했다.

각계각층 인사들도 추모 영상에 등장해 신 명예회장을 기렸다. 그와 복합쇼핑몰 등 개발 사업을 수십 년간 함께해온 오쿠노 쇼 건축연구소 회장은 “신 명예회장은(1970~1980년대) 소공동과 잠실 롯데월드를 개발할 때부터 세계 최고 수준을 추구했다”며 “인상적이었던 것은 포기하지 않는 정신”이라고 말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신 명예회장의 생전의 삶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는 우리에게 큰 교훈과 표본이 된다”고 했다. 이홍구 전 국무총리, 박진용 한국유통학회장, 문동준 한국석유화학협회장 등도 추모의 뜻을 전했다.

버클리 음대 출신의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 강상수 씨는 루이 암스트롱의 ‘What A Wonderful World’ 연주 영상을 보냈다. 강씨는 신 명예회장이 사재를 출연해 1983년 설립한 롯데장학재단의 수혜자다. 강씨는 “신 명예회장은 학생들이 자신의 꿈을 사람들과 세상을 위해 펼칠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장학재단을 키웠다고 생각한다”며 “그의 뜻을 기릴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고 말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