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CFO Insight] PEF는 이런 CFO를 원한다
PE(프라이빗에쿼티)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PE가 투자한 기업의 수도 같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PE는 투자 이후 어떤 방식으로든 경영진에 변화를 주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CEO를 포함한 전체 경영진의 교체가 일어나는 경우도 있고 그보다는 작은 폭으로 경영진을 보강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경우에 PE는 투자한 기업에 새로운 CFO를 선임합니다.

PE가 투자한 회사의 CFO 자리는 업무적으로는 도전이 많지만 반대 급부로 큰 권한이 부여되고 투자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경우에는 일반 회사의 CFO들이 기대하기 어려운 큰 재무적 업사이드가 부여될 수 있는 매력적인 자리입니다.

한때는 PE가 엑시트한 이후에 직업안정성에 대한 걱정들이 있었는데 최근에는 이전에 PE와 일해본 경험이 있는 경영진들의 품귀현상이 일어날 정도로 수요에 비해서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 되면서 그런 걱정은 점차 기우가 되고 있습니다. 저는 PE투자기업의 경영진 커리어가 시간이 지날수록 대기업에 다니는 것보다 훨씬 더 안정적인 커리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이고 능력만 있으면 정년도 없으니까요.

최근 들어서 'PE 투자회사의 경영진' 자체가 새로운 특성을 가진 별도 직군으로 분류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그러다보니 능력있는 예비 CFO들 사이에서 PE투자회사로의 관심과 지원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PE는 어떤 CFO를 원할까요? 물론 정답은 없습니다. PE운용사별로도 선호가 다르고 투자회사의 상황에 따라 필요한 CFO의 유형도 다를거라 생각합니다. 제가 그동안 많은 CFO후보자들을 면접하고 같이 일하면서 느끼고 경험한 것 몇 가지만 말씀 드리겠습니다.

1. 성장을 막는 CFO(X) 성장을 돕는 CFO(O)

PE는 투자한 회사를 성장시켜야 합니다. 만일 투자기간 동안 현상 유지만 잘한다면 회사는 망하지 않겠지만 PE투자자 입장에서는 실패한 투자가 됩니다. PE는 성장을 가로막는 CFO가 아니라 성장을 지원하는 CFO를 원합니다. 회사가 성장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경비 통제만 하고 있으면 될까요? 회사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매출이 성장 해야하고 그 중에서도 돈되는 매출이 성장해야 합니다. CFO가 영업팀과도 조율을 해야하고 마케팅팀과도 조율을 해야하고 제조와도 조율해야 합니다. 책상에 붙어 앉아 있을 시간이 별로 없습니다. 특히 PE 투자 초기에 새로운 경영진과 경영관리체계를 셋업 하는 시기에는 커뮤니케이션 업무가 너무 많아서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랍니다.

아마도 PE 입장에서 가장 꺼려지는 CFO의 유형 중 하나가 소통이 되지 않는 독불장군 유형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전에 체계가 잘 갖추어져 있고 업무분장이 잘 되어 있는 환경에서 근무하셨던 분들 중에 리스크를 하나도 지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고 믿고 오로지 통제에만 집중하는 분들이 종종 있습니다. 리스크를 하나도 지지 않고 어떻게 투자자들이 기대하는 복리 20%이상의 투자수익을 낼 수 있을까요? 비현실적인 이야기입니다.

져야 되는 리스크는 져야 하고 불필요한 리스크는 최소화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CFO로서 그런 “감”을 가지기 위해서는 현업과의 원활한 소통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영업사원들과 소주 한잔 하면서 현장의 소리와 애환을 들을 자세가 되어 있는 CFO가 PE가 바라는 CFO입니다. 책상에 앉아서 엑셀과 계산기를 두드리고 보고자료를 만드는데만 몰두하는 것은 PE가 원하는 CFO가 아닙니다.

2. PE의 사업모델을 이해하는 CFO는 YES

PE가 어떻게 투자수익을 창출하는지 그 리턴소스에 대한 이해가 아주 중요합니다. PE업계에서는 투자논거(Investment Thesis)라는 말로도 표현합니다. 그 투자논거를 바탕으로 회사의 업의 본질과 수익모델에 대하여 아주 깊고 정확히 이해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여러가지 레버들 중에 무엇이 미래의 기업가치를 좌우하는 요소(King Pin)인지 날카롭게 판단해야 합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현상 유지는 PE에게는 실패와 동의어 입니다. 반드시 개선을 하고 변화를 가져와야 합니다. 반면 주어진 시간에 기업가치를 극대화 하기 위해서는 기업가치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개선 작업들은 과감히 우선순위에서 제외해야 합니다.

몇년 전 같이 일했던 CFO 한 분께서 이런 커머셜한 이해와 판단 없이 본인만의 기준과 목표를 가지고 회사의 결제와 보고자료 양식을 대기업 수준으로 만드는 것에 초기 6개월 넘는 시간의 대부분을 전념하는 경우를 보았습니다. 회사의 보고서 양식이 더 세련되고 멋있어 진다고 회사의 가치가 올라갈까요? 만일 그렇다고 해도 그만큼의 시간과 노력을 투입할만큼 중요한 일이었을까요?

특히 회사의 현금흐름에 대한 높은 이해도과 능숙한 관리가 중요합니다. 일반적인 경우에는 매출과 비용 관리가 CFO의 주요한 역할일겁니다. 그에 반해 PE는 인수금융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고 그럴 경우 레버리지가 PE의 중요한 리턴소스 중에 하나이기 때문에 매출, 이익과 더불어 회사의 현금흐름에 대한 깊고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관리체계를 구축할 수 있어야 합니다. 손익계산서 항목들뿐 아니라 운전자본의 흐름과 자금의 흐름, 차입 등 재무현금흐름을 잘 이해하고 관리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회사의 성과를 드라이브하는 요인들을 깊게 파고들어 분석하고 개선해 내기 위해서는 관리회계 경험과 역량 또한 매우 중요합니다.

3. "나는 주주가 보낸 사람" 권위적인 CFO는 NO

CFO에게는 팀빌딩 능력이 요구됩니다. 겉에서는 보잘것없는 회사로 보여도 CFO가 혼자 회사에 큰 변화를 가져오기는 어렵습니다. 물론 주주도 지원을 하고 CEO와 다른 C-레벨 임원들로 구성된 경영진이 팀으로서 협업하게 됩니다.

그러나 CFO도 자기 팀을 구축해야 합니다. 두 가지 방법이 있겠죠. 외부에서 좋은 실무인력을 영입하는 방법과 회사의 기존인력들과 같이 팀을 이루는 방법이 있는데 보통은 두 가지를 병행하게 됩니다. 이 두 가지를 어떻게 잘 해내느냐가 CFO로서 성공에 지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기존 조직원들에게 리더십을 발휘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무리수를 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는 주주가 보냈고 주주와 늘 소통하는 사람이라고 공공연히 내비치면서 그러한 권위와 권력으로만 조직관리를 하려고 하는 경우입니다. 영업과 제조 같은 회사의 성장에 가장 중추적인 부서들보다 관리부서가 더 우월하다는 착각에 빠져서 조직에 분란을 만드는 분들도 종종 보았습니다.

PE는 완장을 차고 다니는 CFO를 원치 않습니다. 물론 회사에 빨리 변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CFO의 말에 무게가 실리고 힘이 실려야 하겠죠. 그러나 그렇게 단순한 리더십은 변화에 도움은 커녕 길게 보면 오히려 방해가 되고 결국은 주주에게 피해를 주게 됩니다. PE는 부적절한 행동과 미숙한 처신으로 주주와 직원들 사이를 편 가르는 CFO를 원치 않습니다. 진정성을 가지고 조직에 동화되고 스며들어서 조직원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현장의 목소리를 주주에게 생생하게 전달해줄 수 있는 CFO를 원합니다.

써놓고 보니까 일반적으로 언급되는 훌륭한 CFO의 자질과는 조금 다르게 느껴지네요. 이미 알고 계시는 것들을 굳이 또 말씀드릴 필요는 없을 것 같아서 그렇지 않은 내용들 위주로 써 보았습니다. PE가 원하는 CFO는 하드스킬 이상으로 소프트스킬이 중요합니다. 디테일이 중요한만큼 빅픽쳐가 중요합니다. 전문성만큼 제네럴리스트로서의 역량도 중요합니다. 왜 그럴까요? 기업의 변화를 만드는 것은 결국 사람들이고 그래서 사람들의 마음을 잘 읽고 헤아리고 움직이지 못하면 어떤 멋진 비전과 전략도 공염불이 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더 많은 유능한 CFO들이 PE와 같이 성공스토리를 써나가는데 참여하시면 좋겠다는 희망과 그 분들이 PE투자회사의 경영진 커리어를 고민 하시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마칩니다.